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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김건희→명태균→비상계엄…스스로 탄핵 열차 오른 尹

  • 정치 | 2024-12-14 17:14

"2번 만났다" "연락한 적 없다" 거짓해명 반복에 입지 약화
비상계엄으로 탄핵 명분 제공…'변명 일색' 담화로 가결 동력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결국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모두 잃고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됐다. 윤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결국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모두 잃고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됐다. 윤 대통령이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결국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모두 잃고 탄핵 심판대에 서게 됐다.

임기 초부터 윤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됐고,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본격적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스스로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걸었고, 이후에도 계엄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며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으면서 탄핵안 가결을 자초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이른바 '김건희 라인' 등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명태균 씨 폭로를 기점으로 각종 의혹이 더욱 확산되며 입지 약화가 본격화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월 8일 명 씨 관련 의혹에 대해 첫 공식입장을 내놨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의혹이 불거진 지 한달 여 만이었다. 대통령실은 명 씨를 국민의힘 정치인을 통해 단 두 번 만났고,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는 대통령이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명 씨가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 자택에 셀 수 없이 갔다" "6개월 동안 매일 거의 빠짐없이 전화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대통령실 해명에 등장한 당사자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정황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런 가운데 명 씨가 김건희 여사와의 메신저 대화를 공개하면서 논란에 더욱 불이 붙었다. 대화 속 김 여사는 '철없이 떠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 안가더라구요. 지가 뭘 안다고'라고 말했다. 이 오빠가 대통령이라는 의심이 제기됐으나 대통령실은 김 여사 친오빠를 지칭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취임 직전 명 씨와 통화한 녹취를 공개하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이 명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한 시점 뒤의 통화 내용인데다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한 정황도 녹취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당선인과 명태균 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 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 사이 윤 대통령 지지율은 10월 말 역대 처음(한국갤럽 기준)으로 10%대인 19%까지 하락했다.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17%로 가장 많은 응답이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 해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11월 7일 대국민담화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두 시간 넘게 진행하며 각종 의혹에 대한 질문에 직접 답했다. 그러나 이날 국민들에게 여러 차례 사과하면서도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APEC·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다수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하며 외교 활동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한편으로는 국민들에게 약속한 인적 쇄신과 임기 반환점을 맞아 개각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였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이새롬 기자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이새롬 기자

그렇게 올해 마지막 달로 접어든 시점, '그 사건'이 터졌다. 윤 대통령이 3일 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하며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위헌·위법적인 조치였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더 이상 윤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는 주저하던 탄핵 추진의 페달을 윤 대통령이 스스로 밟은 격이었다.

이달 7일 첫 탄핵안 표결은 여당 의원 108명 중 김예지·김상욱·안철수 의원을 제외한 105명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해 불참하면서 개표 자체가 무산됐다. 표결을 앞둔 당일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향후 거취를 당에 일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여당에 탄핵 부결을 호소했고, 당은 우여곡절 끝에 단일대오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야당은 즉각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14일 본회의에 다시 상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투표 불성립을 목도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고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두번째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윤 대통령은 다시 대국민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약 29분의 담화 속에 사과는 단 한 줄 뿐이었고, 나머지 시간은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을 설명하고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탄핵 여론에 기름을 부으면서 윤 대통령이 스스로 탄핵 가결의 동력까지 제공한 격이다.

탄핵이 가결되면서 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지위와 함께 국군통수권 등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모두 정지됐다. 헌법재판소는 소추의결서 정본 접수일에서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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