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건 나의 판단...무를 수 없다"
직전까지 만류했지만 통하지 않아
문서 내용, '재외공관' 단어만 기억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다시 고려해달라고 최소 두 차례 만류했지만 이를 막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조 장관은 계엄 직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가 적힌 종이 한 장을 받았는데,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계엄 선포 직전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달라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3일 오후 8시 5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해 오후 9시쯤 집무실에 들어가니 4~5명의 국무위원이 와 있었다"며 "앉자마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생각이다'라면서 종이 한 장을 줬고,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저는 '외교적 파장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난 70여 년간 쌓아 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며 "(윤 대통령이) 여러 말씀을 하신 게 어제 담화 내용에서 밝힌 것과 비슷한 취지였고 '이것은 나의 판단에서 하는 거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집무실에) 10분 정도 있었기에 제가 도착하기 전에는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이) 이제는 나가달라고 해서 집무실 옆 대접견실에 자리를 옮겼고, 한 총리와 이런저런 걱정과 우려를 하면서 토론도 했고 여러 걱정 사항을 나눴다"고 했다.
조 장관은 "다시 윤 대통령이 불러서 한 총리가 들어가 여러 논의를 했는데, 한 총리가 '국무위원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윤 대통령에게 한 걸로 들었고, 그다음부터 한 사람씩 연락해서 20~30분 사이에 여러 국무위원이 도착했다"며 "각기 다른 시간에 도착해 회의를 열고 토론할 환경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또 "그 과정에서 몇 분이 들어가서 의견도 내고 반대 의견도 냈다"며 "아마 나중에 거의 임박해서 온 몇 분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없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파악이 안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이 '이제 발표하러 간다'고 나왔다"며 "제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번 간곡히 말씀드린다. 재고해달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은 무를 수 없다'며 발표하러 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이 전한 문서의 내용을 말해달라는 질의에 "워낙 충격적이어서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나고, 상세한 게 아니라 서너 줄로 돼 있어 기억을 못 한다"며 "(그 자리에) 놓고 나와서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국민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이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해내지 못한 사람이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혹자는 그 자리에서 박차고 뛰어나지 못한 국무위원 한 사람 없다고 비판하는 걸 들었는데, 그 당시 박차고 뛰어나오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것이 가장 비굴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끝까지 만류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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