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9분간 대국민담화 통해 비상계엄 입장 발표
사과 한 문장뿐…야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가득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난 3일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항변하고 자진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29분, 7053자에 달하는 연설에서 사과는 단 한 줄, 거취에 대한 입장은 두 줄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9시 40분쯤부터 미리 녹화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첫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 7일 오전 대국민담화 이후 5일 동안의 침묵으로 깨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담화는 약 29분 간 진행됐으며, 원고는 총 7053자 분량이었다.
윤 대통령은 먼저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과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함께 실질적인 조치보다는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역설하며 내란 혐의를 부인했다.
7000자가 넘는 원고에서 국민에 대한 사과는 단 한 줄이었다. 담화 막바지에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 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거취에 대해서도 단 두 줄로 요약했다. 그는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며 하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사과와 거취 표명은 이렇게 찰나였던 반면 야당을 공격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
먼저 비상계엄 선포라는 판단을 내린 배경으로는 야당의 지속적인 공직자 탄핵, 국가 안보 위협, 예산 삭감, 부정선거 의혹 등을 제시했다.
그는 "(야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며 "장관, 방통위원장 등을 비롯하여 자신들의 비위를 조사한 감사원장과 검사들을 탄핵하고, 판사들을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안보 위기에 대해서는 올 6월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과 지난달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사건을 소개했다. 내년 예산을 두고는 검찰과 경찰의 특경비·특활비, 원전 관련 예산, 미래 성장동력 예산, 대왕고래 사업 예산 등을 삭감한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극우 유튜버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이번 비상계엄 때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을 위해 병력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야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야당의 공세를 "광란의 칼춤"이라고 반복해 지칭한 것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아닌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 등 자극적인 표현이 원고를 채웠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김민석 민주당 12·3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원장은 "헌정수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실패할 계엄을 기획했단 발언은 극단적 망상의 표출이고 불법계엄 발동의 자백이며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극우의 소요를 선동하고 나아가 관련자들의 증거인멸을 공개 지령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정의당은 논평을 통해 "극우 유튜브를 보는 줄 알았다"며 "듣고 있는 일이 고통이었다. 쌍욕을 참기가 어렵다"고 일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담화 이후 원내대표 선출 선거 의원총회에서 "대단히 엄중한 상황이고 지금 오전 상황을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대국민 담화가 나왔기에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 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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