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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수치스럽고 화난다"…김재섭에 매섭게 돌아선 '도봉 민심'

  • 정치 | 2024-12-10 11:48

도봉구 사무소 오물 테러…항의 메모 이어져
주민들 "아직 믿는다" "탄핵 투표 동참해라" 호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는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문 앞에 탄핵을 촉구하는 메모와 밀가루와 오물 등이 투척돼 있다. /이새롬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는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문 앞에 탄핵을 촉구하는 메모와 밀가루와 오물 등이 투척돼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도봉구=서다빈 기자] "집 앞에 커터칼이 놓여 있어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는데, 계엄은 안 무서웠나요? 국민들은 아직도 계엄에 떨고 있습니다. 구민으로써 말합니다. 김재섭 씨 투표하세요."

10일 이른 오전 서울 도봉구 쌍문역 인근, 시민들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 사무실 앞에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몸을 잔뜩 웅크리게 되는 영하의 날씨에도 시민들은 사무실 앞 변압기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끝내 불참했다. 국민의힘 당론을 따르겠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의 사무실 건물 내부 계단에는 도봉구민의 분노가 가득했다. 당내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던 당찬 청년 국회의원이었기에 지역구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 듯했다. 날계란과 밀가루, 케첩 등이 사무실을 뒤덮고 있었다.

사무실 문 앞에는 새내기 대학생의 편지 한통이 놓여있었다. 덕성여대 재학생 조다빈 양은 "수치스럽고 화가 난다"고 편지에 적었다. 조 양은 "(김 의원이) 도봉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알고 있다"며 "토요일 저녁, 국민의힘에는 기대하지 않았으나 김재섭 의원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개표 무산'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고 질타했다.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 구조물에 탄핵에 불참한 김 의원을 비판하는 메모가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 구조물에 탄핵에 불참한 김 의원을 비판하는 메모가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조 양은 2차 탄핵안 표결에는 참여해줄 것을 김 의원에게 호소했다. 그는 "의원님, 국민들·도봉구 주민들은 잊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기대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 뒤편에는 "12월 9일, 오늘은 제 동생의 생일입니다. 저는 동생이 두려움에 떨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랍니다. 그런 세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더팩트>가 만난 대다수의 도봉구민은 김 의원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8시께 사무실을 찾은 50대 여성 A씨와 B씨의 손에는 '민주주의는 죽지 않았습니다. 꼭 투표하세요. 지켜보겠습니다', '김재섭 님 주민들이 지켜봅니다' 등 항의성 멘트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A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한표를 행사했다고 한다. 김 의원이 구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분노와 배신감이 얼굴에 서려있었다.

A씨는 "우리 50대들은 5.18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계엄의 무서움을 안다"며 "구민들은 김 의원을 뽑을 때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이라 믿고 뽑았다, 국민들을 '개 돼지' 취급 말고 투표장에 들어가라"고 당부했다.

지난 7일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에 끝내 불참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대한 도봉구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지난 7일 12.3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에 끝내 불참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대한 도봉구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남윤호 기자

36년간 도봉구에 거주한 60대 여성 C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C씨는 김 의원이 구민들로부터 지지를 두텁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손자도 김 의원을 안다, SNS에 올리고 그랬다. 그런데 이런 행보는 정말 실망스럽다"라며 질타했다.

성신여대에 재학 중인 김모(24) 씨는 황당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뒤돌아 사퇴하라'는 메모를 남기던 김 씨는 "(김 의원을) 용납할 수 없으며, 최소한 계엄령 해제에 투표했으면, 이 정도는 구민으로서 기대할 수 있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어떤 여당으로서 의견을 표현하고 싶으면 여당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희주(52·남) 씨는 쌍문역 3번 출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신 씨는 "오늘 오후 7시에 의지 보여주십쇼", "내란 동조범이 우리 지역 대표라니 말이 됩니까" 라고 소리쳤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수고하십니다", "고생하십니다" 등의 말을 전하며 신 씨를 격려했다. 몇몇은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신 씨의 추위를 녹였다.

신 씨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직접 경험했다. 그는 "대학교 다닐 때 전두환, 노태우 등 내란수괴를 잡기 위해 열심히 싸웠는데, 어떻게 내란 동조범이 우리 지역 대표가 될 수 있나 참을 수 없어 이른 시간이지만 나왔다"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 구조물에 탄핵에 불참한 김 의원을 비판하는 피켓과 메모가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앞 구조물에 탄핵에 불참한 김 의원을 비판하는 피켓과 메모가 붙어 있다. /이새롬 기자

그러면서 "정확하게 전두환, 노태우를 잡기까지 15년이 걸렸는데 윤석열 내란 수괴는 15일 이내에 끝나지 않을까 싶다"며 "내란 수괴가 구속될때까지 1인 시위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선 김 의원을 향한 비판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60대로 추정되는 남성 D씨는 <더팩트> 취재진에게 "개딸이냐", "이거 네가 했냐"고 물으면서, "젊은 사람들이 판단을 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창동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여성 문모 씨는 "법을 지켜야 한다"고 질타했다.

문 씨는 "윤 대통령에게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 간의 담화문을 봤을때 틀린 말은 없다"며 "김 의원은 아무 잘 못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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