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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하>] '국회 담을 넘어라'…의전서열 2위도 '껑충'

  • 정치 | 2024-12-07 00:00

김민석 최고위원, 비상계엄 사태 예상 '적중'
여야 막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비판 봇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지난 3일 밤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담장을 넘고 있다. 경찰이 국회 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과 보좌진, 기자 등 국회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지난 3일 밤 우원식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담장을 넘고 있다. 경찰이 국회 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과 보좌진, 기자 등 국회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페이스북 갈무리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계엄을 해제하라'…급한 마음에 '월담' 나선 野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국회로 향하던 의원들이 국회 담을 넘었다며?

-맞아.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국회 표결을 위해 '국회의원 소집령'을 내렸어. 하지만 국회 경비대가 오후 11시 국회 출입문을 굳게 걸어 잠그면서, 국회의원들도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지.

-본회의 정족수 미달로 표결이 어려워 계엄이 지속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야당 의원들은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들어가기 시작했어. '의전 서열 2위' 입법부 수장인 우 의장이 월담을 하는 초유의 일도 있었어. 국외에서도 화제가 됐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계엄령'을 예측했던 김민석 최고위원도 담을 넘어 국회 본청에 입성했어. 다만 김 최고위원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회 출입문이 폐쇄되자 야당 의원들은 담을 넘어 경내에 진입했다. 일부 의원은 다치기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월담을 하다가 얼굴을 다쳤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회 출입문이 폐쇄되자 야당 의원들은 담을 넘어 경내에 진입했다. 일부 의원은 다치기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월담을 하다가 얼굴을 다쳤다. /남윤호 기자

-담을 넘다 다친 의원들도 있다며?

-응. 박 원내대표는 담을 넘다 땅에 잘못 떨어져 얼굴을 다쳤다고 해. 그의 왼쪽 뺨에 상처가 있어. 또,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한 추미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담을 넘다 목이 부러질뻔하거나 발목을 다친 의원들도 있었다고 해. 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심지어 '대전 서구을'을 지역구로 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에서 택시를 타고 상경했다고 하더라. 택시비는 20만 원이 나왔다고 하더라.

넉 달 전부터 계엄 사태를 주장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을 비판한 인사들의 사과도 잇따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넉 달 전부터 계엄 사태를 주장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을 비판한 인사들의 사과도 잇따르고 있다. /박헌우 기자

◆소름 돋는 예측력?…尹 계엄 전망했던 김민석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주목받고 있어. 어찌 된 일이야?

-김 최고위원은 넉 달 전 계엄 사태를 예견했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자 지난 8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입을 틀어 막다)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며 계엄 가능성을 이야기했지.

-당시만 해도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았어. 21세기에 계엄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이 주였지. 당내에서도 김 최고위원이 자중해야 한다고 했어. 한 중진 의원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비판하더라고. 뜬금없는 소리로 당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말도 있었고. 그래도 김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고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하는 '서울의 봄' 4법도 발의하더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하자 국회 관계자들이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 /박헌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하자 국회 관계자들이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 /박헌우 기자

-김 최고위원의 예측이 결국 맞았네.

-그렇지. 어떻게 그걸 예측했나, 소름 돋는다는 반응이 나오더라. 당시에도 근거가 있다고 말했는데 동향을 미리 파악하거나 정보를 입수한 게 아닐지 추측돼. 몇몇은 김 최고위원에게 공개 사과도 하더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열린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여당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계엄령을 주장하신 의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제 판단이 틀렸다"고 했지.

-보수 패널로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5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 자리를 빌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김 최고위원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했지.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유튜브 '시사저널TV'에 나와 "제가 김 의원과 추미애 의원한테 사과해야 된다. 괴담이었다 이제 실화가 돼 버렸다. 사실은 내가 사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지.

-소름 돋는 적중력을 자랑한 김 최고위원이 지금은 2차 계엄령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어 두렵다는 반응도 있더라. 국회의원들도 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특별담화를 진행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특별담화를 진행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尹, 믿을 수 없는 극단적인 정치적 카드

-윤 대통령이 3일 밤 기습적으로 대국민 특별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극비였던 것 같아.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에게조차 몇 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내용인지 설명도 없이 대국민 담화를 공지했어. 다행히 국회에서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계엄해제 결의안을 가결했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를 발표했어.

-6시간 만에 상황이 일단락된 뒤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였다는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졌어.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번 계엄 선포 당시 상황이 이 조건에 부합한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

-법률적인 판단은 접어두더라도 윤 대통령의 인식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아. 윤 대통령은 해제 발표 이후 직접적으로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어. 다만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 관계자를 통해 외신을 대상으로 입장을 설명했어. 국정을 정상화하기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한 것이라는 해명이었어. 국회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어. 또 윤 대통령은 해제 당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중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국회 본관에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국회 본관에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조치를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정치적·정책적 카드 중 하나 정도로 여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야. 삼권 분립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 수반이 시행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조치를 이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야. 국회 의결을 통한 해제를 예상하고 그에 맞춰 움직였다는 설명도 비상계엄을 무슨 게임에서 미션 수행하듯 시행한 게 아닌가 싶어. 대통령은 야당의 예산 삭감을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 돈은 마음대로 못 쓰지만 군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보여주려 한 꼴이야.

-계엄을 선포한 담화와 선포 이후 내린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긴 표현들도 지금이 2024년 대한민국이 맞느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야. 포고령에는 전공의 등 의료인을 콕 집어 본업에 복귀하라고 명령했어. 위반하면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며 경고하기도 했지. 과거 냉전과 유신 시절, 즉 민주화 이전 권력이 국민들을 대했던 태도를 보는 듯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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