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특활비·특경비 예산 이견 커
새해 예산안 합의 난항 예상…탄핵 공방도 치열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또다시 법정기한을 넘겼다. 상습적으로 예산안을 늑장 처리해왔던 여야가 올해에는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을 두고 강하게 충돌하고 있어서다. 여야의 긴 싸움이 예상되면서 정기국회 안 예산안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탄핵까지 맞물려 연말 대치 정국이 고조될 전망이다.
야당 주도의 '감액 예산안'은 2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0일까지 예산안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그때까지 여야가 합의된 예산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법률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올해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은 이날까지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4조1000억 원이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이 삭감한 예산은 대부분 대통령실 감사원·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수업무경비다. 민주당은 특활비와 특경비를 두고 권력기관의 '깜깜이' 쌈짓돈이며 민생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정부가 4조8000억 원 규모로 편성한 예비비도 2조4000억 원으로 줄였다.
일단 우 의장의 예산안 상정 보류로 여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 회기인 10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며 이행되지 않을 시 추가 협상은 없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폭거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특활비와 특경비 삭감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실, 검찰 등 권력기관의 쌈짓돈은 늘리고, 민생사업 예산은 24조 원이나 삭감한 특권 유지 예산안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국정이 마비된다. 민생과 경제가 망한다'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뻔뻔하기가 윤건희 정권답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특활비·특경비 예산을 두고 여야의 견해차가 큰 데다 여당은 민주당이 권력기관의 수사 예산을 볼모로 원하는 사업의 예산 증액을 협상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라 불리는 2조원 규모 지역사랑상품권 지원과 재생에너지 투자 예산,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등을 포함한 예산 증액이 이뤄지면 삭감된 일부 예비비 등을 복원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의 증액 권한은 없고 감액 권한만 가진다. 우 의장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국정운영의 주체인 정부가 더 열심히 여야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라면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도 여야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함이다. 일단 여야는 물밑에서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여야 모두 지역사랑상품권 증액과 특활비·특경비 삭감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 합의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안뿐 아니라 감사원과 검찰을 겨냥한 탄핵 공방도 치열하다.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검사장·조상원 4차장검사·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됐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대통령실 관저 부실 감사 의혹과 검찰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무혐희 처분으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이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와 감사를 중단시키고, 정부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치 테러로 규정하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넘어 연말까지 주도권 다툼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민심이 싸늘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다양한 경로로 서로의 이견을 조율해 대치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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