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번째 민생토론회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발표
"가장 중요한 건 소비…소비심리 억누르는 제도 혁파해야"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른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당사자들이 경영 악화, 배달수수료, 노쇼(예약부도) 등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과 함께 근본적으로 민생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소비 진작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일 충청남도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임기 후반기 첫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후반기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양극화 타개'를 강조한 뒤 첫 민생행보이자 30번째 민생토론회다.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이 자리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제도개선을 건의했다.
공주에서 떡과 연잎밥 만드는 사업을 한다는 안연옥 씨는 "코로나19 사태 때 금융지원으로 소상공인 대출 등을 받은 게 3억이 넘었다. 만기가 도래해 갚아야하지만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시 매출이 회복될 때까지만 오랫동안 갚을 수 있다면 연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에서 모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상윤 씨는 "제가 소비자 입장일 때와 달리 가맹점 입장에서 모바일상품권은 너무 무섭다. 신용카드와 비교해 수수료도 높고 정산주기도 너무 길다"며 "우리 매장은 카드수수료는 1.25%정도 내는데 모바일상품권은 7.35~11% 정도다. 우리 같은 매장은 영업이익률이 10% 내외인데 수수료가 11%면 마이너스"라고 털어놨다.
국수집을 운영하는 김제학 씨는 "영세 매장은 손님이 몰리는 피크타임에 받을 수 잇는 자리가 한정돼 있는데, 예약한 손님안오면 다른 손님을 받을 기회조차 사라진다. 또 단체 손님은 음식준비나 서비스 위해 추가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특히 메뉴에 없는 맞춤형 주문은 예약한 손님이 오지 않으면 재사용도 못하고 모두 폐기처분해야하는 곤란함이 있다"고 노쇼 피해를 호소했다.
용인에서 돈가스 매장을 운영하는 김봉기 씨는 "소상공인에게 (배달플랫폼) 리뷰는 정말 중요하다. 악성 리뷰 하나 달리면 소상공인이 죽어나가고, 실제로 문을 닫는다"며 "악성 리뷰를 달면 전화드려서 어떡하면 좋을지 물어본다. 그럼 고객은 '환불해달라' '다시 보내달라'고 한다. 수용하지 안하면 리뷰를 다시 심하게 달아버린다. 이런 악순환이 돼서 결국 문 닫게 한다"고 토로했다.
세종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정희 씨는 "고객에게 환경보호 차원에서 (일회용컵으로) 취식은 안된다고 홍보도 하고 광고도 하고 말씀드리는데 고객들이 '잠깐 있다 나갈건데 불편하다' '금방 나갈거니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업주가 충분히 고객에게 설명하는데, 귀책사유가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닌데도 (적발되면) 과태료 부과가 되는걸로 알고 있어서 영업을 하면서 불안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인 배달수수료를 영세 가게를 중심으로 3년간 30% 이상 낮추고, 모든 전통시장은 0%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상품권은 상생협의체를 통해 현행 5~14% 수준인 상품권 수수료를 일정 수준 낮추고 긴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상생방안을 연내에 마련한다.
노쇼 예방을 위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공감하는 예약보증금제를 마련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제시한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사에 게재된 악성 리뷰·댓글의 신고상담센터를 전국 90곳에 만들고, 리뷰·댓글이 악성으로 판명되면 플랫폼사와 협력해 신속하게 삭제하거나 가리도록 조치한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 사실을 성실히 고지한 사업자에게는 손님의 변심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적발돼도 과태료 부과를 면제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불법 온라인 광고대행 대책으로는 소상공인 피해예방을 위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법원에 가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한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조속히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조치가 잘 이행되는지 점검할 것을 관계기관에 주문했다. 아울러 이같은 지원과 함께 근본적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상권개발이라든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시장경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비"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에서도 생산이 많아야 소득이 올라가고 투자가 많아지고, 생산이 많아져야 일자리가 생기는데 근본적으로 이를 좌우하는게 소비"라며 "미국 등 경제 선진국은 소비 진작을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한다. 미국은 연말에 사용하는 카드대금 등을 소득세 과표에서 많이 감면해준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소비심리를 억누르는 제도를 혁파하는 게 민생을 살리고 소상공인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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