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주간政談<상>] '비주얼 쇼크' 로제을호-브루노병도의 '아파트'

  • 정치 | 2024-11-30 00:00

李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에 동료 의원들 '훌쩍'
與 당원게시판 논란 둘러싼 계파 간 감정싸움 격화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 '아파트'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를 패러디한 것으로, 민주당의 6대 예산 증액 의지를 드러냈다. /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 '아파트'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를 패러디한 것으로, 민주당의 6대 예산 증액 의지를 드러냈다. /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최근 갑작스러운 폭설로 많은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펑펑 내리는 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설레게 하는 겨울의 상징이지만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 과유불급이다. 올해의 끝자락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시기에 정치권은 도를 넘는 듯하다.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을 정쟁의 소재로 삼아 지리멸렬한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 현안마다 '네 탓' 타령만 읊어댄다. 현실 정치에서 정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국민의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은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다. 여야가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작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팍팍한 민생은 서민을 짓누르고 있다. 민생을 살리겠다는 정부와 여야의 다짐과 약속은 신기루와 같다. 최근 약자와 서민을 위해 눈물을 보이는 정치인이 있던가. 이 대표가 한고비를 넘겼다고 해서 동료 의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힘겹게 하루를 버티는 국민이 안타까워 울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당은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두 쪽으로 갈라져 다툴 것이 아니라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움츠러든 국민의 어깨를 펴줄 정책 마련에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허구한 날 다투기만 하다 보니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이 반쪽짜리로 전락하며 '외교 참사' 논란이 일었던 것은 아닐까. 쏟아졌던 눈은 구석으로 밀려나 검은 물이 들어버렸다.

뮤직비디오에서 3선의 한병도 의원은 브루노 마스역을 맡아 캡모자를 뒤로 쓰고 선글라스를 꼈다. 초선의 정을호 의원은 로제 역을 맡아 금발 가발을 썼다. /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뮤직비디오에서 3선의 한병도 의원은 브루노 마스역을 맡아 캡모자를 뒤로 쓰고 선글라스를 꼈다. 초선의 정을호 의원은 로제 역을 맡아 금발 가발을 썼다. /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놀라지 마세요'…한병도·정을호의 '아파트'

-더불어민주당 3선 한병도 의원과 초선인 정을호 의원이 화제가 됐다며? 무슨 일이야.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아파트' 뮤직비디오 알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호흡을 맞춘 노래와 영상은 세계적으로 화제야. 민주당이 아파트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했는데, 한 의원이 브루노 마스를, 정 의원이 로제로 분했어. 특히 정 의원은 금발 가발을 쓰고 열연을 펼쳐서 눈길을 끌었지.

-패러디지만 꽤 신경 쓴 티가 나. 실제 뮤직비디오와 거의 똑같은 '블랙핑크'색 세트장부터, 한 의원도 캡모자를 뒤로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장난감 드럼을 치는 등 브루노 마스 모습을 열심히 따라 했어(웃음).

-뮤직비디오 내용은 어때?

-노래는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개사했더라. 민주당이 꼽은 6대 증액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취지래. △지역사랑 상품권 발생사업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계속 △국민안전 직결된 재난안전예산 증액 △에너지고속도로에 투자, 재생에너지사업 예산 증액 △아동수당 확대, 우리아이 자립펀드 △미래성장 위해 AI 지원과 투자,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패러디 뮤직비디오에 담았어.

-한 의원과 정 의원은 좀 부끄러워하는 것 같던데(웃음). 뮤직비디오 반응은 어때?

-지지자들은 좋아하는 듯해.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 게시된 영상 댓글에는 '당원 친화적인 행보에 100점 드린다', '센스가 죽인다', '웃음 주셔서 감사하다'는 등 호평이 많아.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맹비난했어.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이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오는 모습. 이 대표의 무죄 선고에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훔쳤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오는 모습. 이 대표의 무죄 선고에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훔쳤다. /사진공동취재단

◆위증교사 무죄에 법원서 눈물 훔친 野 의원들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잖아. 민주당 분위기는 어땠어?

-반갑다는 반응이 주였지. 앞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와서 열흘간 당 분위기가 어수선했거든. 위증교사는 더 위험하다는 전망이 많았는데 무죄가 나오니 다들 기뻐하는 모습이더라고.

-선고일에 법원을 찾지 말라던 이 대표의 당부가 무색하게도 박찬대 원내대표와 지도부, 친명계 의원들 다수가 함께했더라고.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설 땐 웃고 있지만 다들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어. 그런데 "위증교사죄가 성립 안 된다"라는 재판부의 판시 내용이 속보로 보도되자 다들 안도하더라고.

-최종 무죄 판단이 나왔을 때 법원 청사 안에 있던 김민석 최고위원과 박 원내대표, 한민수 의원이 기뻐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어. 박 원내대표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더라고.

이 대표는
이 대표는 "우리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 도중 김민석 최고위원과 박찬대 원내대표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진공동취재단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법원 청사를 나온 이 대표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에 불과하지 않겠나. 우리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견해를 밝혔지.

-이 대표가 말하는 내내 김 최고위원과 박 원내대표, 전현희 최고위원의 눈시울이 뜨겁더라. 이언주 최고위원과 윤종군 의원도 눈물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어. 이 대표가 차를 따고 떠난 뒤에는 다들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지. 정청래 의원과 한민수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어. 다들 긴장이 풀린 모습이더라.

-이 대표의 선고일은 당원 게시판 문제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이 오갔던 날이야. 국민의힘 갈등은 커지는데 민주당은 화합한 모습을 보인 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잠시 화제 되기도 했더라. 반면 이재명 일극체제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긴 해. 위증교사 무죄를 받아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남은 재판이 또 여러 개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가슴 졸이는 일을 여러 번 겪어야 할 것 같네.

이른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른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김 여사 고모까지 등판…감정싸움으로 번진 당원게시판 논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이 20여 일이 넘도록 지속되네. 한동훈 대표와 김민전 최고위원이 공개 석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할 정도로 당 내홍이 격화하는 모습이야.

-당 구성원들의 우려가 크더라고. 한 대표와 김 최고위원의 신경전,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졌어. 이날 김 최고위원이 당원게시판 논란을 재차 언급하자 한 대표는 "발언할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하면 좋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어. 이후 곧바로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는 친윤계와 친한계 당직자 사이 고성까지 오갔다고 해.

-김 최고위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길래?

-김 최고위원은 "당에서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한 매체의 보도를 언급하며 한 대표를 겨냥해 '과도한 대응'이라는 취지로 지적했어. 친한계 측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김 최고위원에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지. 김 최고위원이 언급한 보도는 한 대표 측이 이번주 당 명의로 당원게시판 논란 유포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었는데, 구체적으로 "명예훼손 혐의에 더해 한 대표에 대한 협박 혐의도 고발장에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 대표를 사퇴하라거나, 추가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식의 글 등이 대상"이라는 문장이 담겼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친한(친한동훈)계-친윤(친윤석열)계 간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당내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 /임영무 기자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친한(친한동훈)계-친윤(친윤석열)계 간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당내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 대표의 민생 행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 /임영무 기자

-사흘 뒤인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긴장감이 흘렀어. 김 최고위원은 "그 기사는 존재하지만 그 기사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질 수는 없다"고 했어. 그는 "그 기자가 잘못 썼는지 아니면 취재원이 잘못된 얘기를 했는지 제가 알 수 없다"며 한 대표 측이 요구한 공개 사과는 거절한 거지. 이어 "다만 지난 최고위원회를 통해서 명백히 밝혀진 것은 한 대표께서는 (그런 글을) 고발할 의향이 없고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 말씀은 분명히 하신 것이기 때문에 그 기사가 오류가 있다면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지는 취재원과 기자가 가려야 할 부분이 아닌가"라고 했어. 그러자 한 대표는 지난번처럼 김 최고위원의 발언 후 직접 반박에 나서진 않았지만 미묘한 웃음을 짓는 등 불편한 기색을 보였어.

-당원게시판 논란에 김건희 여사 가족까지 확대됐다고?

-친윤계의 지속되는 공세에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고모로 알려진 김혜섭 씨가 페이스북에 한 대표의 집안에 대해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야.

-김 씨는 2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재반격했어. 그는 "누가 그랬는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한동훈 가족이 '김건희 여사를 개목줄을 채워 집에 가두라'는 글을 써놨다"라며 "그리고 한동훈이 하는 말이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고 주장했어. 이어 "그렇다면 고모도 표현의 자유를 누린 게 무슨 문제냐"라며 "자기들은 남에게 모욕과 저주를 마음 놓고 저질렀으면서 고모가 한동훈 가족에게 벼락 맞을 집안이라고 표현한 것이 세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서 계속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