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난개발 해소·어업권 활성화 대체로 공감대
산업·어업계, 기존 사업자 입지 적정성 평가 도입 이견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해상풍력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과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확보해 지역사회와 상생을 도모하고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해상풍력의 난개발 문제를 해소하고 위축된 어업의 활상화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산업계는 수산업계가 요구하는 기존 사업자 입지 적정성 평가 도입 등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산업계, 어업계, 지역주민 등이 상생과 공존할 수 있도록 쟁점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산업과 어촌이 상생·공존하는 해상풍력특별법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수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탄소중립 목표 이행의 중요 수단으로 주목받는 해상풍력산업의 미래를 모색하고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공존할 방안을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상풍력발전 사업 지역과 조업구역이 대부분 겹쳐 어민들의 조업 활동이 위협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개별 해상풍력 사업자가 경제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점하고 인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수용성 문제 등 분쟁이 뒤따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결국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을 향해 "어민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외부의 간섭보다는 국가와 정치권이 정책적으로 책임을 짐으로써 어업인들에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 최선"이라며 "날로 어려워지는 어업인들에게 꿈과 히망, 미래가 있을 수 있도록 정책을 입법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호소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기존 해역활동은 생존권의 문제"라면서도 "무조건적으로 기존의 이용 활동을 유지할 수 없으며 이제는 조정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해상풍력지구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정부 내 유관 부서 간 유기적으로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영국도 해상풍력 입지를 제시하면서 이해관계자의 평가 등을 반영해 개발구역을 확정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성호 전 한국수산자원공단 기술개발실장은 해상풍력 사업지 인근 해역의 자원회복 방안과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공존 방안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상풍력 사업지 인근 해역의 자원회복 방안과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공존 방안으로 "해상풍력을 이용한 소득 창출 방안 모색을 위한 민간협의회 하위에 수산자원조성의 내용이나 범위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어업분과'도 설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충열 수협중앙회 해상풍력대응지원TF 팀장은 21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통해 상당 부분 합의가 도출돼 합의된 사항들이 22대 국회 발의 특별법에도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해상풍력 특별법이 7건 발의됐다. 이중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안은 수산업계의 건의사항을 반영해 주민과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수산업계는 △계획입지 전면 도입 △주변 사업지 입지적정성 평가 △수산업 지원 재원 마련 △어업인 복지 민간협의회 등 4가지 주요 쟁점 사항 반영을 국회에 촉구했다. 유 팀장은 "입지 선정요건에 '어업 영향'을 반영해 주요 조업어장의 보호가 가능하다"며 "협의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대표성과 책임성이 있는 어업인 단체가 제도권 내에서 국가·지자체와 협의해 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촌·어업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이미 사업허가를 취득한 사업자에게 특별법에서 정하는 입지의 기준을 소급적용 하는 것을 두고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최필종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장은 해상풍력 추진이 어촌 사회에 갈등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 뒤 이미 사업 허가를 취득한 사업자에게도 특별법에서 정하는 입지 기준을 다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조합장은 "과거의 미흡한 제도가 만들어낸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거부터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며 90개가 넘는 사업 허가가 해상풍력 입지에 대한 전문적 논의 및 이해관계자 협의 절차 없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해결책은 과거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허가 사업에 대해 입지 적정성 평가를 적용해 문제사업은 정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사업자들도 어떠한 법적 절차를 따라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기존 사업자 재평가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평가 논의와 기준 마련에도 긴 시간이 소요될뿐더러 기존 사업자에게 다시 인허가를 거치라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춘 한국수산자원연구소 소장은 해결책으로 해수부에서 진행 중인 어선어업구조조정사업이나 수산어법이 담고 있는 보상 규정 등을 해상풍력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산업과 어촌이 상생·공존하는 해상풍력특별법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조경태·정희용·서천호·조승환·김소희 의원(이상 국민의힘)과 어기구·이원택·서삼석·주철현·이병진·문대림·임미애·박지혜 의원(이상 민주당)이 공동 주최하고, 더팩트·스마트수산어촌포럼·수협중앙회·한국해양수산개발원·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공동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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