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7 등판' 해리스, 트럼프 상대로 선전
여론조사 1% 승부...누구도 승기 못 잡아
고물가, 중동, 우크라..."트럼프에 유리해"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승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박빙으로 진행되면서다. 특히 국내 정치권과 산업계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정치, 경제, 안보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팩트>는 미 대선 결과를 앞두고 후보별 공약에 따른 국내 정치·경제·외교·안보에 미칠 파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대어는 미끼를 물었지만 낚이진 않은 듯하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9월 첫 TV 토론회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상대로 후한 성적을 거뒀다. 당시 외신은 해리스가 미끼를 던졌고, 트럼프는 이를 덥석 물었다고 평가했다.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등록 유권자 63%가 해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현재 해리스와 트럼프는 오차범위 내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예측불허 판세 속 왕관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이제는 과거의 영광?...'전국 여론조사-경합주' 사실상 동률?
대선을 107일 앞둔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후임으로 지목된 인물은 해리스 부통령.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한 그가 '전직 대통령' 트럼프의 대항마가 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일었다. 하지만 해리스는 민주당 대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안정적인 후보 교체를 이뤄냈고, 거액의 후원금까지 끌어모으며 세간의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민주당이 배출한 전·현직 대통령인 바이든, 오바마, 클린턴도 해리스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명했다.
대선 TV 토론은 해리스를 더욱 승승장구하게 했다. 해리스는 특유의 여유로운 제스처와 차분한 말투로 트럼프를 공략했다. 트럼프의 허점이 보일 때는 날카로운 발톱을 곤두세우며 그를 당황하게 했다. 앞선 바이든과의 대선 토론에서 압도적인 승기를 잡았던 트럼프는 어찌 된 일인지 해리스에게는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식용으로 삼고 있다'는 트럼프의 강변은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TV 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47%)는 트럼프(42%)를 더 멀찍이 따돌렸다. 후보 교체 두 달여 만에 쟁취한 의미 있는 성과였다.
하지만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해리스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 오히려 트럼프가 뒷심을 발휘해 해리스를 무섭게 추격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시에나대학과의 대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48% 대 48%의 동률을 기록했다. 특히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7대 경합주 여론조사(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네바다)에서는 1%포인트(P)의 승부가 펼쳐졌다.
이후 진행된 여타 여론조사에서도 특정 후보가 일방적으로 앞섰다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지율 격차가 미미해 실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쉽사리 예측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초조한 쪽은 해리스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국 득표에서 공화당의 트럼프를 앞섰지만 경합주에서 패배, 백악관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문제는 해리스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조차 의미 있는 선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지지율에서라도 긍정적인 지표를 확보해야 경합주 경쟁에서 기대를 걸어볼 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美 대선 5대 쟁점 '경제·낙태·이민·우크라·중동'..."트럼프가 앞서"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판세로는 누가 이긴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박빙"이라며 "트럼프라는 후보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으로 해리스가 차지해야 할 공간을 주지 않은 점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미국 선거는 어쨌든 경제 선거인데 '어떤 후보가 경제를 잘해 나갈 것이다'라는 희망을 주는 면에 있어서는 해리스가 조금 약하다"라며 "해리스가 후보 교체 후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면서 조금 방심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제 중에서도 특히 고물가 문제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과 히스패닉 등의 이탈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미국은 3분기 성장률에서 2.8%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치솟는 식료품 가격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흑인 등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USA투데이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흑인(72%)과 라틴계(49%) 유권자는 해리스를 선택했는데, 이는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87%, 65%라는 수치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7곳의 향배인데, 해리스가 승리하려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위스콘신 4곳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작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 대선은 한국과 달리 전국 득표율로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 전체 50개 주마다 할당된 선거인단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A주에 10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다면 이곳에서 승리한 후보가 10명분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과반(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다.
7개 경합주를 제외하면 미국은 블루월(Blue wall)과 레드 스테이트(Red states)로 민주당 표밭과 공화당 표밭이 사실상 고정돼 있다. 푯값을 고정해 계산해 보면 해리스는 226명, 트럼프는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백악관행 티켓이 주어지는 '270명'의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 이를 좌우하는 곳이 바로 7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19명),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미시간(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 네바다(6명) 등이다.
김 소장은 "이번 미국 대선의 5대 핵심 쟁점은 경제, 낙태, 이민, 우크라이나, 중동 등으로 꼽을 수 있다"며 "해리스는 낙태 문제에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는 경제, 이민, 우크라이나, 중동 문제에 있어 우위를 점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를 계승한) 해리스의 자유주의·국제개입주의는 거의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현 정부부터 중동 문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문제는 더욱 진흙탕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트럼프는 집권한다면 중동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종결짓고, 중국에 집중(중국산 수입품 60% 관세)하겠다며 경제·안보 이슈를 명확히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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