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당대표 한계·당내 장악력 부족
'김여사 리스크·당정 갈등' 돌파구 찾는 게 관건
재보선 '텃밭 지키기'는 긍정 평가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줄곧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쇄신'을 강조해 온 한 대표지만 정작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내지 못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두고 이어지는 당정 갈등과 당내 분열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가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변화와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대표가 구상했던 계획들이 매번 대통령실과의 갈등이란 벽에 부딪히면서 그 기대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당 지지율 하락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했지만 이에 실패했다. 한 대표는 그 자리에서 앞서 자신이 요구했던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를 전하는 데 그쳤다. 이후 '빈손' 면담과 '의전 홀대' 의혹과 같은 잡음만 남겼다.
원외 당 대표로라는 한계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또 다른 돌파구로 제시한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을 두고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의견 차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 진행을 띄우자 추 원내대표는 "국회 의사결정 과정이고 원내 사안"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한 대표는 다시 "당대표는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반박했고, 추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당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취임 이후 줄곧 제기되는데, 현안마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추 원내대표와의 신경전이 계파 갈등으로까지 이어졌다. 친한계는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한 대표에 힘을 실어준 반면 친윤계는 "자해적 행위로 인한 보수 진영의 공멸"을 우려하며 한 대표의 행보를 비판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이 거셌던 10·13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을 지켜낸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강한 압박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다만 이를 통해 김 여사 리스크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소하지 않으면 당과 정부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보수 진영의 위기감을 없애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 일부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출범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건 한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대표는 그간 의료 개혁으로 촉발된 의정갈등 해결사를 자처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격차해소특별위원회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같이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슈들을 띄우고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민생 정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리더십 부재 속 그나마 부산 금정구청장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며 "그로 인해 얻은 민심을 살려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무기력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김 여사 리스크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은 특별감찰관이 아닌 한동훈표 특검법을 내놔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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