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최근 제주까지 29차례 개최
지역·분야별 주요 현안 공론화…"선거법 위반" 지적도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과 '현장'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한 민생토론회가 최근 29번째 제주를 기점으로 전국의 광역시·도·특별자치도를 모두 돌았다.
각 지역별 현안뿐만 아니라 의료개혁, 집값, 광역교통, 반도체 등 분야별 정책을 아우르며 국정 비전을 국민들에게 공유했지만 한편으로는 '총선용'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올해 업무보고를 기존과 달리 각 지역을 돌며 각 계 전문가와 국민들이 참여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기획, 지난 15일까지 29차례 개최했다.
부처별로 보고를 받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민생, 경제, 산업, 사회 등 각 분야를 아우르는 주제로 다수 부처가 함께 준비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이다. 대통령실이 아닌 주제와 관련된 정책 현장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달려갔다.
첫 토론회는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부제로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목표로 수출 7000억달러(약 916조원), 외국인투자 350억달러(45조원), 해외수주 570억달러(74조원)를 제시하는 한편 공매도 금지와 금융투자소세 폐지 방침 등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한 입장도 재확인했다.
두번째는 고양시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다주택자 규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 등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3차 토론회는 수원에서 열고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5차 토론회는 시작 30분전 불참 결정을 알려 주목을 끌었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으나 당시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발생한 충돌의 여파였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8차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 4대 정책 패키지를 소개했고, 며칠 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방안을 발표하며 의정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됐다.
광명시에서 개최한 17차는 청년 정책을 주제로 청년 460여명과 함께 했다. 또 총선 직전인 4월 4일에는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고 전세자금대출과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조건 완화,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 신혼부부·육아가정을 겨냥한 저출생 대책을 대거 쏟아냈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은 산업은행 이전(11차·부산), R&D 석박사 지원(12차·대전), 원전 재도약(14차·창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16차·대구), 인천항 개발(18차·인천), 첨단산업기지 육성(19차·강원), 동해안 수소경제 산업벨트(26차·경북)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도약의 비전을 제시했다.
현장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겠다는 의도로 기획한 자리지만 '총선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각 지역, 분야별로 민감한 현안을 주제로 정부 지원을 약속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잇달아 신고·고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당시 중앙선관위에 신고장을 제출하면서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총선 접전지에서 집중 개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개최지별 맞춤 개발사업을 발표하고, 주제별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지원 약속이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신고 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알리는 통지서를 경실련에 보냈다. 경실련은 "선관위에 이어 경찰도 대통령의 선거개입 문제에 대해 방관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선관위와 경찰이 보인 무책임한 모습은 대통령 권력 앞에 굴복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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