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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남 녹취록' 파장…선명해지는 '윤·한 갈등'

  • 정치 | 2024-10-03 00:00

與, 김대남 강경 대응 방침…'배후' 확인 의지
친윤-친한, 김건희 여사 사과 두고 갑론을박


전직 대통령실 참모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을 한 유튜브 채널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전직 대통령실 참모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을 한 유튜브 채널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당정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등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과 여부를 두고 계파 간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시 당대표에 대한 '공격 사주'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윤·한 갈등설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이른바 '김대남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당시 당대표 후보의 공격을 사주한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당내 감찰과 수사기관에 고발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당은 김 전 행정관의 행위를 해당(害黨)행위와 범죄로 규정했는데, 녹취 파문 사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일 언론 공지에서 김 전 행정관을 겨냥해 "정당 정치인을 허위 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행위이자 범죄"라며 "당 차원에서 필요한 절차들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당은 탈당 여부와 관계없이 진상을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행정관의 배후 존재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윗선' 조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해당 유튜브 채널과 통화에서 '한 대표를 공격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한 대표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당비로 자신의 대선 인지도를 조사했다고 주장하며 비위 의혹도 제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달 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는 모습./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지난달 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는 모습./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김 전 행정관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라며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행정관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애초 김 여사와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러한 발언의 진위와 무관하게 '친한계'(친한동훈)는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태도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 기류는 한층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정 관계에서 약간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을 감내하고서라도 존재감을 더 키우려는 포석이 깔렸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나 여사 측으로부터 부당하게 탄압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녹취록 파문은 한 대표의 홀로서기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대통령실과 관계 정립에 있어서 조금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의 공개 사과를 두고서도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친한계 인사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이어 최근 공천 개입 의혹까지 받는 김 여사가 국민에게 사과하고 싸늘한 민심을 달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김건희 리스크'를 줄이자는 것이다. '친윤계'(친윤석열)는 사과할 시기도 아니고, 야당에 공세 빌미를 줄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김 여사 사과와 관련해 침묵해 온 대통령실은 "다양한 얘기를 듣고 있다"며 미묘하게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친윤-친한의 갈등 탓에 당장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별법 재표결을 앞두고 부결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친한계에서도 법안 재의결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그건(재표결) 녹취록(파문)과 별개"라며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의 특검은 매우 위헌적이고 정치적이어서 지금 민주당이 내놓는 특검에는 반대하지만 특검법이 나쁘다 하더라도 김 여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며 "법적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것이 김 여사에게 정치적, 윤리적 책임이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여당 의원들의 침묵을 김 여사에 대한 이해나 동조로 착각하면 안 된다"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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