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로 본회의 처리…남성 참여 독려엔 한계
소득대체율 상향, 공보육 강화 등 실질적 정책 필요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부부 합산 2년에서 3년(인당 1년→1.5년)으로,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법' 개정안(일·가정 양립 3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로 이날 통과된 70여 개의 '비쟁점 법안' 중 하나로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 육아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다.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등을 방지하기 위해선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지엔 의문이 제기된다. 있는 제도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게 우리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정안, 편의성 높이고 기간 늘렸지만…
개정안에는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는 것 외에도 육아휴직 사용기간 분할을 2회에서 3회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난임치료휴가 기간도 '연간 3일'에서 '연간 6일'로, 유급휴가일도 '최초 1일'에서 '최초 2일'로 늘렸다. 자녀 양육을 위해 1년 이내로 주당 근로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개정안도 마련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기간은 1회 신청 당 3개월 이상이었지만, 앞으로는 1개월 이상으로 더 쪼개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 실제 활용률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사용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3년 육아휴직자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현황'에 따르면 육아휴직자는 12만6008명,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는 2만3188명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자 수는 전년 대비 5076명(3.9%) 감소했지만, 출생아 감소 규모(1~11월 기준, 1만8718명)를 감안하면 실제 활용률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은 3만5336명으로 28.0%, 여성은 9만672명으로 72.0%를 차지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도 전년 대비 3722명(19.1%) 늘었다. 2023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도 전년 대비 3722명, 19.1%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년 대비 30.5%(8844명), 여성은 14.3%(1만1688명) 증가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3만7885명으로 전체(13만1087명)의 28.9%였다. 2022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자 수는 1만9466명으로 전년(1만6689명) 대비 16.6%(2777명) 늘었다.
◆남성 육아휴직 기간, 이미 길어…문제는 소득대체율
문제는 한국 아빠들에게 보장된 육아휴직 기간이 짧지 않다는 데 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월 발간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인용한 OECD 자료(2022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이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배우자 출산휴가(10일·2주)와 남성 육아휴직(1년·52주)을 합산한 기간은 54주로 OECD 국가 평균 12.7주를 훨씬 상회한다. 주요 6개국(프랑스, 독일, 일본, 스웨덴, 영국, 미국)과 비교해도 가장 길다. 일본 52주, 프랑스 31주, 스웨덴 14.3주, 독일 8.7주, 영국 2주 순이고 미국은 없다.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은 46.7%로 중간 수준이다. 스웨덴은 77.6%, 독일 66.3%, 일본 61.3%, 프랑스 13.5%였다.
한국에서 출생아 100명 당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14.1명(2020년 기준)으로 주요 6개국 중 4번째, 23개국 중 15번째로 나타났다. 스웨덴은 348.8명, 독일 59.3명, 미국 29.8명, 일본 8.4명, 프랑스 2.3명이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대체로 휴직 보장 기간보다는 소득 대체율과 비례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2023년 1월 보도자료에서 남성 육아휴직자 증가세에 대해 "2022년부터 시행된 ‘3+3 부모육아휴직제’와 ‘육아휴직급여 소득대체율 인상’이 더 많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3+3 부모육아휴직제'란 생후 12개월내 자녀를 둔 부부 직장인이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첫 3개월 간 통상임금의 100%(기존 80%), 최대 월 300만원을 육아휴직급여로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올해부터 '6+6', 생후 18개월 내 자녀에 대해 첫 6개월 간 최대 45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확대 개편됐다.
결국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가정 양립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꺼리는 이유는 근무 환경 탓도 있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며 "특히 성별임금격차가 큰 우리나라에선 휴직 기간이 늘어나면 여성에게로 '더 긴 육아휴직'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허 조서관은 "남녀 모두가 육아와 가사노동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아빠와 자녀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육아휴직 취지인데, 기간만 늘리면 남성의 참여를 독려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공백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언제든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제도를 확립하는 정책 등이 고안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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