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디베이트 이후에도 혼란...'조직력 좋은' 유예 측 여론전 가속화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25일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유예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폐기론까지 꺼내 들며 "빨리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우선 토론 과정에서 의견이 모인 상법 개정 등 '주식시장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법안으로 성안해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토론회를 본 의원들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유예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다시 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시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금투세는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던 이슈이기 때문에 논리가 새로울 것이 없다"며 "마음속으로 결정한 분들이 토론을 통해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모펀드와 시민단체, 언론 등 유예를 주장하는 쪽이 이해관계자가 분명하고 조직력이 좋다. 여론전이 유리하다는 의미"라며 "시행을 주장하는 쪽에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금투세는 이미 시행하기로 한 것이고 그냥 있으면 시행하는 것"이라며 "토론회를 열었다는 것 자체가 당 지도부가 유예를 염두에 뒀다는 뜻 아니겠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유예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친명 인사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금투세 폐기'를 꺼냈다. 그는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폐기하는 게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낫다"며 "지금처럼 갈등이 심화한 상태는 유예로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예팀으로 토론에 참여했던 이소영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어제 토론회를 통해서 유예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어제 토론회가 끝난 뒤 꽤 많은 의원들이 '나는 사실 입장을 못 정하고 있었는데 오늘 들어보니까 확실히 지금은 안 될 것 같다. 지금은 미루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다"며 "지난 한 두 달 간의 과정 속에서 많은 분들이 지금은 우려가 크다는 것에 공감했다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박찬대 원내대표나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시행에 무게를 둔 듯하다는 데 대해서도 "지도부의 몇몇 분들의 의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부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저는 (금투세 문제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느끼는 분들의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사실 조금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당론은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논의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해식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부산 금정구 범어사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한 달여 기간 동안 의원총회를 여는 등 의견을 수렴해 금투세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절차와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10월) 국정감사에 충실히 하는 동시에 금투세와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갈 것"이라며 "종국적으로는 의원총회를 열어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전날 토론회에서 시행팀과 유예팀 모두 의견이 일치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내놓기로 했다. 전날(24일) 당 정책위원회는 "금투세 디베이트 결과 필요성과 시급성이 모두에게 인정된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기왕에 발표한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를 법률안으로 성안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 △독립 이사 의무화 △감사의 분리 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 주총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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