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정부·민간 차원 교류 1건도 없어
1985년 이래 30년만 '완전한 단절' 될까
"정치 개입 안 돼...고향 한번 가봤으면"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0건.
올해 8월까지 정부·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는 단 1건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올해는 1985년 이래 처음으로 이산가족 교류가 완전히 끊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산가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며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의지가 무색하게도 이산가족들은 어떠한 소식도 주고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같은 기간 이산가족 신청자는 13만여 명에서 3만명대로 줄었다.
통일부는 매달 이산가족 교류 현황을 발표한다. 올해 역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의 누적분이 통일부 누리집에 게재됐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어떠한 형태의 교류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봉은 고사하더라도 생사 확인과 서신교환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이 과거 핵실험을 강행한 이듬해에도 이산가족 교류는 끊이지 않았던 점을 미뤄보면 '완전한 단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당국 차원과 민간 차원으로 역할을 나눠 이산가족 교류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당국에서는 △생사 확인 △서신교환 △방남 상봉 △방북 상봉 △화상 상봉 등을 담당했고, 민간에서는 △생사 확인 △서신교환 △성묘 방북 △상봉 등을 도맡았다. 최근 4년간 당국 차원의 교류는 1건도 없었지만 이따금 민간에서 교류가 성사돼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이산가족의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통일부가 발표한 '이산가족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8월 31일 기준, 이산가족 신청 등록자는 13만4158명에서 3만7806명으로 줄어들었다. 약 28%만이 생존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초고령자가 약 67%라는 점이다. 80~89세는 1만3120명, 90세 이상은 1만2010명으로 생존 이산가족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일부가 편성한 이산가족 예산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산가족 교류 지원 예산은 2022~2024년까지 202억3000만원, 180억2700만원, 178억7700만원 등으로 감소했다. 올해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 예산안에도 해당 예산은 134억800만원으로 다시금 크게 줄었다.
그나마 짜인 예산은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 관계에 따라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회계연도 결산을 살펴보면 2022년에는 202억원가량 가운데 10억2200만원(5.1%)만이 사용됐다.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 사업이 남북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이뤄지지 못한 탓이었다.
2023년에는 이산가족 면회소 운영 사업뿐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행사 사업이 전액 사용되지 못했다. 그 결과 예산 180억가량 가운데 9억9300만원(5.5%) 밖에 쓰이지 않았다. 올해 역시 남북 관계가 냉랭한 점을 미뤄보면 예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2세이자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에 앞장섰던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장만순 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내 이산가족 교류는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완전히 닫혀있다"며 "북한에 무언가를 보낼 수도 없고, 북한 역시 관련된 제안 자체를 아예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이산가족 1세대는 전부 초고령자로 그들의 부모나 형제, 자매가 북에서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1세대들의 소원도 이제는 가족의 생사 확인이 아니라 죽기 전에 고향 땅을 한번 밟아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 위원장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정치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과거 대한적십사자를 통해 이산가족 교류가 이뤄졌던 것처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권을 앞세우는 순간 북한에서는 무조건 반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과거처럼 대한적십자사를 통하거나, 남북한이 동시 수교한 국가이면서 북한과 가까운 캄보디아나 몽골 등과 접촉하는 방법이 있다"며 "이런 방법으로 1세대들의 고향 한번 구경시켜 주는 것이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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