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판 여론에 한 발 물러선 한동훈
'첩첩산중' 여야 대표 회담 의제 조율 "간극 커"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여야 대표 회담을 두고 양당이 합의점을 찾고 있는 가운데, 물밑에서 치열한 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생중계 회담 형식이 아닌, 일부 공개 방식으로 여야가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 한 대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안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회담 형식을 두고 잡음까지 일자, 한 대표가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야심 차게 꺼낸 여야 회담 생중계 전략이 어그러질 위기에 처해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26일 공지에서 "오늘 실무협의를 통해 국민의힘은 생중계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민주당이 요구하는 일부 공개 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비공개 회담에 정책위의장이 배석하는 안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지도부와 협의해 구체적 형식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역시 "생중계 방식이 성과를 내기보다는 토론하고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그칠 것이라는 비판을 한 대표도 인정한 것 같다"며 "똑 부러지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주장대로 모두발언 공개 후 비공개 협의한 뒤 회담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견이 좁혀졌다"고 밝혔다.
생중계 회담 방식을 두고 여야 내부에서 비판 여론이 계속되면서 회담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한 대표가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회담 전부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 과정과 차이점, 세상을 보는 관점, 국민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양당의 관점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물론 공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는 목소리일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채상병 특검법 등 어려운 협상에서 협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생중계 회담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친윤(친윤석열)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일종의 정치적인 협상과 타협을 하는 자리인데 그것을 TV 토론 생중계하듯이 하자고 하면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회담 초기부터 이런 내용으로 다투게 되면 결국 회담이 성과물이 있겠느냐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의 생중계 회담 공개 제안 배경에는 특검안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표 특검안은 국민의힘이 그간 주장해 왔던 '공수처 수사 후 특검' 원칙과 배치되는 만큼, 여권 내 최대 뇌관으로 꼽혀 왔다. 당내 반대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한 대표가 '빈손 회담'에 그칠 경우에 한 대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키우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서 실패했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공개 회담은 한 대표가 특검안을 공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기회로, 리더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카드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당내 입지가 너무 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표회담에서 어떤 의제를 갖고 테이블에서 조율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이 대표는 당을 거의 확실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 수습이 되지만, 한 대표는 수습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고육지책으로 생중계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한 대표 특검안을 고리로 한 대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당대표에 취임한지 한달이 넘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거나 10명의 국회의원을 구하지 못해 법안을 발의하지 못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라며 "일국의 집권 여당 대표가 그 정도 능력조차 없는 바지사장은 아닐 것"이라며 한 대표를 몰아세웠다.
이후로도 여야는 △채상병 특검법 △25만 원 민생지원금 △금투세 폐지 등을 여야 논의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다만 여야 비서실장의 세 차례 실무협의에도 회담 의제와 관련된 의견 차는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서실장은 "각 당이 제시한 의제와 금융투자소득세 등 민생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며 "어려운 민생을 감안해 추석 전 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여야가 각각 제안한 의제들의 간극이 너무 크다"며 "대표 회담은 대국민 약속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거리를 좁히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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