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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팔이·뒷담화' 논란에…전대 초반 돌풍 정봉주의 '추락'
'명팔이 척결' 발언, 지지층에 역풍
전문가들 "당원들 내부 총질·분란 꺼려…전략 선택"
"정치적 재기 한동안 어려울 듯"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는 정 전 의원.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는 정 전 의원.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이재명 대표 뒷담화 논란과 '명팔이 척결' 발언이 강성 지지층 사이에 거부감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이 한층 더 거세졌다는 분석과 함께 정 전 의원의 정치적 재기가 한동안 어렵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18일 열린 민주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 결과 최고위원 5명에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의원이 선출됐다. 하위권인 정봉주 전 의원과 민형배 의원, 강선우 의원은 탈락했다. 권리당원 56%, 대의원 14%, 일반 여론조사 30% 비율로 반영되는 최종 투표 합산 결과 △김민석 18.23% △전현희 15.88% △한준호 14.14% △김병주 13.08% △이언주 12.30%를 기록했다. 정 전 의원은 11.70%로 6등에 머물러 지도부 진입이 좌절됐다.

정 전 의원은 당원대회 합동연설회가 시작된 후 제주(19.06%), 인천(21.98%), 강원(20.33%), 대구(22.20%), 경북(21.32%) 등 5개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돌풍 이면엔 민주당 중장년층 지지자 사이에 퍼진 정 전 의원에 대한 동정심 등이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과거 'BBK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검증된 전투력도 고평가의 이유 중 하나였다. 이후 PK(부산·울산·경남) 경선부터 이재명 대표의 직간접적 지원사격을 받은 김민석 의원에게 선두를 내주게 됐으나 정 전 의원의 득표율도 상당해 최고위원에 무난히 들어간다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정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정 전 의원과 나눈 사담을 라디오 방송에서 폭로하면서 판세가 요동쳤다. 박 전 의원은 "(정 전 의원이) 이재명 대표의 최고위원 선거 개입에 상당한 열을 받았다.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라.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고 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의 김민석 의원 밀어 주기에 정 전 의원의 기분이 상했다는 취지다. 이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정 전 의원이 이 대표의 뒷담화를 했다며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강성 당원들이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전 의원과의 사담에 대해 입장표명을 기대했지만 정 전 의원은 "사적인 대화다 보니 본의가 과장되게 전해진 부분이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의 암 덩어리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 이재명 팔이 무리를 방치한다면 통합도, 탄핵도, 정권 탈환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일부 당내 '이재명 팔이' 세력이 있는데 이들이 당 통합을 저해한다며 척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상과 다른 해명에 지지자들은 정 전 의원의 사퇴와 탈당을 요구했고 결국 17일 치러진 서울 경선에선 6위로까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정 전 의원의 탈락이 '이변'이라고 평가하면서 권리당원의 입김이 한층 세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18일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는 정 전 의원을 향해 한 당원이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전문가들은 정 전 의원의 탈락이 '이변'이라고 평가하면서 권리당원의 입김이 한층 세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18일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는 정 전 의원을 향해 한 당원이 규탄 피켓을 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전문가들은 정 전 의원의 탈락이 '이변'이라고 평가하면서 권리당원의 입김이 한층 세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당 내부 분란을 싫어하는 민주당 지지층들 사이에 정 전 의원에 대한 집단적 비토 정서가 형성됐고, 투표를 통한 조직적 행동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지자들이 집단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을 낙마시킨 것 아니겠나. 정 전 의원이 지도부에 들어가서는 이 대표가 마음 편히 당을 운영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포함됐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이라고 하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최요한 평론가도 "당원들은 국민의힘과 맞서 싸우는 데 있어서 내부 총질이나 분란을 꺼렸을 것"이라며 "이들 사이에 정 전 의원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 전략적으로 투표를 했고 심지어 떨어뜨리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당원대회로 인해 정 전 의원의 정치적 앞날이 불투명해졌다고 전문가들과 정치권 관계자들은 대체로 전망했다. 정 전 의원에게 안타까움을 가졌던 당원들이 정 전 의원을 비토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정치"라면서도 "(정 전 의원이) 60대 중반인데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있는 한 재기가 어렵다. 지지자들에게 정 전 의원이 통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만약 사법리스크로 판이 바뀔 때는 정 전 의원의 목소리에 힘이 생길 수 있다. 당분간은 뒤로 빠지고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결과가 나온 이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는 "경선 기간 내내 진심으로 격려해주신 지지자 여러분 감사하다. 저를 반대했던 분들 조차도 민주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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