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치 풀기 위해 제3원내교섭단체 필요"
"이재명은 신중·치밀, 난 치고 나가는 스타일"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국회 본관 223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문구가 눈에 띄었다. 불파불립(不破不立), 부수지 않으면 세울 수 없다. '옛 것을 뜯어고치고 솥을 새 것으로 바꾼다'는 혁고정신(革故鼎新), 혁신과 같은 말이다. 혁신당이 그간 내 온 메시지 '검찰독재정권 종식', '사회권 선진국 건설'이 단박에 다가왔다.
부수고 바꿔야 할 것들이 많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꽉 막혀있다. 채해병 특검법과 각종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간의 강대강 대치는 풀릴 기미가 없다. 조 대표는 14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극한 대립이 이어지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본인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관련된 혐의에 수사를 하겠다는 법안조차도 거부하니 대치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광복절 경축식에서 '만날 뻔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작심한 듯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검사 시절 '살아있는 권력 수사' 운운하며 날 포함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지휘했다. 살아있는 권력 중의 살아있는 권력인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거나 반대하나. 본인은 무결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던데 당당하게 '한동훈 특검법'을 받는 게 어떻겠나.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땐 마치 대단한 용기를 내듯 채해병 특검법에 찬성하겠다고 했다. 친한동훈계 의원 10명만 있으면 발의할 수 있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은 대체 언제 제출할 건가."
윤 대통령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내세운 국민통합용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김 전 지사 복권 문제에 국민 시선을 붙잡아 놓고 뒤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범법자들을 모두 사면복권 해줬다"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사면복권 하루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찬을 즐긴 이유가 뭐겠나, 정권이 흔들리자 이명박-박근혜 인사에게 SOS를 보내면서 김 전 지사를 비난회피용으로 '끼워팔기' 한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 시절엔 김 전 지사 사면 결재를 용산에 올려 놓고 이번 복권엔 반대라며 윤 대통령과 차별화라고 생색을 내는, 한 대표도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야권 분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부 평론가, 정치부 기자들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당은 여전히 '창당 중'이다. 시도당 구성과 당원 확대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2기 지도부 선출을 계기로 자강(自强)해 오는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본격 경쟁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단 한 곳에서라도 당선자를 내 2026년 지방선거 승리의 토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왜 경쟁력 있는 인재가 혁신당에서 출마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조 대표는 "신생 정당이라 부족한 점도 많지만 새로운 인재들이 활약할 공간이 넓다"고 답했다. "호남과 영남 지역의 경우 거대 양당의 독점은 지역 정치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고, 이 구조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를 하기 어렵다."면서다. 그는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구조를 바꿀 때가 됐다"며 "이 구조를 넘어 지역을 혁신하는 정치를 하고 싶은 분들은 우리 당에서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다"고 장점을 내세웠다.
법학자 출신인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을 거쳐 22대 국회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다. '경력같은 초선'인 그는 정치인은 "법안만 내는, 혹은 정치를 해석·평론·비평 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고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대한민국이란 정치 공동체에 살아가는 주권자 국민의 마음을 읽고 소통해 법과 제도 외 전체 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 역할이라 믿는다. 조 대표는 "2월까지만 해도 없었던 혁신당이 12석 정당으로 게 된 원동력은 국민 마음을 얻어서였다"며 "국민 마음을 못 읽고 정치적 선택을 잘못하면 국회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당 소속 의원들이나 당직자들에게 늘 당부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법무부 장관 출신 정치인 누군가에게도 닿는 말처럼 들렸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 여야가 극한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이미 합의한 민생·경제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해 '식물국회'란 비판이 나온다. 혁신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비교섭단체로선 채해병 특검법이 '야당만 특검을 추천하게 돼 있다'는 명목으로 가로막혔을 때 여야 합의 물꼬를 트고자 혁신당이 먼저 특검 추천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었다. 지금은 의미 없게 됐지만. 거대여야 대립은 제3의 원내교섭단체가 있으면 훨씬 잘 풀리게 돼 있다. 교섭단체가 둘 뿐이면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이 상황에선 대치를 안 할 수도 없다. 다만 특검법 외 민생·경제 법안을 제출·논의해야 하는데 대치를 지속하는 건 매우 소모적이다.
사회경제적 문제 관련해서도 제3의 원내교섭단체 필요성은 존재한다. 지금 보면 세금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비슷하고 혁신당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국민 전체 삶에 영향을 줄 문제인데 비교섭단체로선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다. 혁신당 주장이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는 구조가 매우 우려스럽다.
- 혁신당이 주장하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 결국 거대여야의 동의가 있어야 법 개정이 가능하지 않나.
민주당 외 야6당끼리 공동교섭단체 이야기는 진행 중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나 이재명 전 대표에게 제3 원내교섭단체 필요성에 대한 얘기도 했다. 이 문제는 두 당에 읍소해 해결될 게 아니다. 국민들이 필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들께서 '제3교섭단체가 있어야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 당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본인과 가족 논란에 사과의 뜻을 밝히셨다. 당 지도부가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있는 문제도 있다. 혁신당은 예비공직자 선출에서 도덕적, 윤리적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나.
이유불문하고 저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그동안 스무 차례 가까이 사과를 했다. 검찰 수사와 하급심의 판단에 대해선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이는 정치인 이전에 시민의 최소한의 권리다. 5년 전 검찰 수사가 검찰독재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연성 쿠데타’의 일환이었음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나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에도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에 표를 주신 690만 명의 국민들도 이 점을 간파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당의 공직후보자 선출 기준은 다른 당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 당의 목표, 강령, 정책에 동의하고, 평균적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춘 분이면 된다.
- 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 전 대표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대표와 본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꼽는다면.
정치검찰의 무도한 수사와 기소로 고통받고 있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는 부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검찰독재정권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인식도 차이가 없다.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이후에 민주정권을 창출해 나라를 다시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하고 이를 위해 굳게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똑같다. 차이점도 많다. 171석 제1 야당 대표, 12석 원내 3당 대표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리고 최근 확인됐지만 종합소득세, 상속세, 금융소득세 등에 대한 입장에서 차이가 있다. 성격적 차이를 말한다면 이 전 대표는 치밀하고 신중한 스타일이고 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 2030 지지율을 견인할 수 있는 '혁신당표 청년 정책'을 이야기한다면.
2030 지지율이 낮다는 것은 창당 이후 선거 기간 계속 나왔던 얘기다. 선거 기간 청년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진 못했다. 다른 당에 비해 조직이 약한 것도 사실이라 전당대회를 계기로 차분히 조직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최근 청년위원장도 새로 모셨다. 그를 중심으로 지역 단위까지 조직이 갖춰져 뭔가 시작하게 되면 서서히 반응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급하게 할 생각도 없고, 내가 당장 청년 정책을 발표한다고 2030 지지율이 오를 거라고 보지도 않는다.
- '조국' 하면 떠오르는 여러 이미지들이 있다. 스스로를 어떤 정치인으로 소개하고, 국민에게 기억되고자 하나.
창당과 선거 시기 약속했던 것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자 한다. 정당 대표,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과 약속한 것들은 반드시 지키고 싶다. 그리고 어떠한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의지의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오랜 고민 끝에 정치에 투신한 만큼, 길게 보고 끝을 보려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걸어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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