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휴가 중 '방송4법' 거부권 행사할 듯
내수 진작 위해 지역서 휴가…정국 돌파구 찾을까
[더팩트ㅣ신진환·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부터 여름휴가를 시작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서울이 아닌 지역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동적이지만 직접 민생 속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잠시 국정 운영의 부담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완전한 '쉼'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세 번째 여름휴가에서도 온전한 휴식을 취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출구 없는 여야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꽉 막힌 정국 탓에 국정 운영도 쉽지만은 않은데, 이번 휴가 동안 하반기 정국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망중한'과 인연은 없는 듯하다. 지난 두 번의 휴가 때도 여러 정치·사회적 논란이 있었고 국정 운영을 둘러싼 지적이 있었다.
◆취임 후 첫 여름휴가는 '서울'…이때도 김 여사 논란
취임 첫해였던 2022년 8월 1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서울에서 닷새간 휴가에 돌입했다.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사회적으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연극을 보고 배우들과 시간을 보낸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20년 만에 방한한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으면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다'→'만남을 조율 중이다'→'최종적으로 만남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야당의 공세를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에 벌어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 대한 의전 홀대로 한미동맹에 대한 불안감마저 키웠다"고 비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인 4일 낸시 펠로시 의장과 4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이 펠로시 의장과 국회에서 만나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회 차원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윤 대통령의 첫 휴가는 인적 쇄신과 국정 방향 변화 등이 요구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24%로 추락했을 때다. 당시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주를 이뤘다. 대통령 관저 공사와 관련 김 여사와 연관된 업체들이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무속인이 윤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을 과시하며 민원 청탁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뿐만 아니다. 윤 대통령이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한 이후 학부모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말을 바꾸는 일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직후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교체하고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개편에 나선 바 있다.
◆두 번째 여름휴가는 '저도'…준비 부족 '새만금+서울~양평' 논란
윤 대통령은 취임 두 번째 여름휴가도 편치 않았다. 장모 최은순 씨의 구속과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그리고 세계적 이슈였던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 파문때문이다.
2023년 7월 21일 윤 대통령의 장모 최 씨가 법정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형사3부(이성균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장모의 법정 구속으로 불거진 '처가 리스크' 관련해 사법부 판결에 대해 언급할 대상이 아니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관저 공사에 풍수지리 전문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대통령 관저 선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선 때부터 이어지던 무속 논란이 재점화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무속인 공방'의 핵심 인물이었던 천공이 용산 이전 문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실해졌다는 태도가 전해졌을 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관련 윤 대통령 처가 특혜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두 번째 여름휴가 중 가장 큰 이슈는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였다. 전 세계 158개국 4만30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참여하는 행사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휴가 첫날 세계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하며 국민적 관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날은 전북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었고 400명 이상의 온열환자가 발생하며 오히려 대통령 참석이 문제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충과 폭염에도 젊은 스카우트 대원들을 무리하게 참석시켰다면서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이후 준비 부실 등 세계 대회에 어울리지 않는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끝내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대회 중반 새만금 현장을 떠나 각 지자체 등으로 급히 이동하며 정치적·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윤 대통령의 세 번째 여름휴가…'방송4법' 거부권 등 휴식은 없다?
지난 두 번의 여름휴가도 윤 대통령에게 휴식보다는 정치적 고충으로 피로감만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휴가 역시 윤 대통령의 온전한 휴식과 정국 구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 첫날인 5일 경남 통영중앙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시장에서 많은 상인들과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시민들과 악수하며 무더위에 안부를 물었다. 또한 수십 곳의 상점을 돌며 상인 한 분 한 분과 악수하며 "잘 지내셨나요", "고생 많으십니다"며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을 돌며 오징어, 보리새우, 아귀채 등 다양한 해산물과 건어물을 직접 구매했다. 대통령은 50년간 통영중앙시장에서 반건조 생선을 판매해 온 한 어르신(75세)과 좌판에 나란히 앉아 반건조 생선의 종류와 요리법에 대해 하나하나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수행원에게 "넉넉히 사드리라"고 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로 지역 곳곳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군부대 방문도 있을 예정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군 시설에서 1박을 하고, 6일 군부대를 찾아 군 장교와 부사관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휴가 때 하반기 국정운영 방향을 고심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윤 대통령의 휴가 첫날 코스피지수는 미국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8.77% 폭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다. 코스닥지수도 11.3% 떨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름휴가에 들어가, 휴가지에서 국내 증시 폭락 상황을 긴급히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휴가 첫날 주식이 급락하자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식시장 폭락에도 윤 대통령은 휴가지를 지키고 있을 것인지 대답하라"며 "대통령실은 아직도 '금방 회복될 것'이라며 안일한 인식을 보이고 있는지 답하라. 더욱이 이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무책임하게 휴가지에 있다. 무능과 무책임의 끝을 보여주는 대통령의 모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 대통령은 휴가에서 복귀해서 비상경제회의를 소집하고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직접 챙겨서 민생을 보듬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휴가기간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한 후, 윤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전자결재로 이를 재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도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고심해야 한다. 거야의 공격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5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휴가 후 교육·노동·연금·의료 개혁과 저출생 과제 개혁에 대한 정부의 향후 계획을 직접 설명한다. 방식으로 기자회견, 대국민담화, 국정현안발표 등이 두루 거론된다고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 그동안 제기됐던 인사문제 등과 개혁 과제 등에 대해 소통 방식을 구상하는 만큼 이후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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