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4법에 이어 전국민25만원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야당 단독 처리→尹 거부권→국회 재표결→폐기 수순 반복될 듯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여야가 합의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쟁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 등을 이유로 삼고 있지만 반복되는 '야당의 단독 처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 후 폐기'에 피로감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며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했다.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전국민25만원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재석 187명 중 가결 186표로 통과됐다. 전 국민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전날(1일) 법안 상정에 반발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했으나, 24시간 41분여 만에 야당에 의해 강제종결됐다.
앞서 윤 대통령이 수차례 반대 의사를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전국민25만원지원법에도 거부권을 행사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국민25만원지원금법은 앞선 채상병 특검법 등과 마찬가지로 국회 재표결 후 폐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방송4법을 비롯해 이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한 노란봉투법까지 합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표결 끝에 폐기되는 법안은 20여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당내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의 지지를 얼마나 얻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이 민주당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법안의 취지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정국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 대치 상황에 국민은 분명 민주당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민생은 뒷전'이라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국민의힘은 힘이 없다. 국민의힘을 상대로 협상하고 합의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발상"이라면서 "결국 국회 안에서는 다수당인 우리당이 무언가를 보여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민주당은 입법을 강행하며 '총선 민심'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론조사는 총선에서 압승한 정당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갑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36.1%로, 국민의힘 38.4%보다 소폭 낮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23~25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이 27%로 국민의힘 35%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앞선 여론조사에서도 총선 이후 민주당 지지율은 30% 전후를 오가며 국민의힘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면 해결될 일"이라며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국민25만원지원법 수용을 촉구하며 "국가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자신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정권을 반납하라"고 일갈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여당의 입법방해를 뚫고 민생회복지원금법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고 내일(3일)은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채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등을 포함한 '2특검4국조'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강행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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