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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는 정치 하는데"…與, 필리버스터로 '무력감'만 확인

  • 정치 | 2024-07-30 13:18

국민의힘 내부 필리버스터 무용론
강대강 대치 "여야 모두 괴물이 됐다"


30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법 개정안)' 모두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 주도로 이뤄졌던 5박 6일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방송 4법' 통과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30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법 개정안)' 모두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 주도로 이뤄졌던 5박 6일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방송 4법' 통과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정치를 하는데 왜 우리는 행정을 하고 있나."

30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법 개정안) 모두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 주도로 이뤄졌던 5박 6일의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곧바로 범야권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시키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전원 찬성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항의의 의미로 표결 당시 전원 퇴장했다. 방송4법 저지를 위해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100시간이 넘지만, 표결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서 필리버스터로 인한 피로와 야권 대응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오전 방송 4법 필리버스터는 111시간 27분만에 종료됐다. 2016년 테러방지법(192시간 25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최장 시간 기록이다. 하지만 방송4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따라 재투표를 거쳐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주도 법안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이후 종결권을 통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은 연이어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법'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본회에 상정되면 방송 4법과 마찬가지로 필러버스터를 실시해 법안의 부당성을 주장하겠다고 예고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현금 살포법과 불법 파업 조장법 역시 민주당이 일방 독주로 강행을 한다면 국민께 이 법안에 대한 부당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소상히 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의 반대 토론을 듣고 있다. 국민의힘은 노랑봉투법 등 범야권이 강행 처리 예고에 나선 법안에 대해 필러버스터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남윤호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의 반대 토론을 듣고 있다. 국민의힘은 노랑봉투법 등 범야권이 강행 처리 예고에 나선 법안에 대해 필러버스터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남윤호 기자

계속되는 입법 강행 악순환에 정치권 내부에서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 28일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거부권으로 인해 무효화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 모두가 괴물이 된 것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밖에선 티몬·위메프 사태로 난린데, 여야 모두 세상과 단절된 채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로 법안 저지에 나선 국민의힘으로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입법 강행에 대항할 수 있는 뾰죡한 수가 없는 데다, 범야권에 대항할 전투력을 쓸데없이 소모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법안에 일일이 필리버스터로 임할 경우 국민들에게 호소해야만 하는 필요한 필리버스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전국민 25만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기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방송법과 같은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면 국민들은 이후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며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법은 국민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법안이었다"라며 "계속해서 필리버스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아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필리버스터로 야당에 또 다른 공격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총 10시간 4분 동안 찬성 토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대통령이라는 자', '이따위로 나라를 운영' 등 과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중간에 마이크를 가리고 '이 XX'들이라며 여당 의원들을 향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박 의원이 발언하고 있을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제기하셨는데 (민주당이) 찬성 발언을 하면 누구 한 분이라도 와서 들어야 어떤 논거로 찬성하는지 당에 전달할 것 아닌가"라며 "한 분도 안 계신 건 매우 유감스럽다. 그렇게 하려면 필리버스터를 제기하지 마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박 의원 발언이 심해 차마 얼굴을 대면해 듣기가 민망한 수준이라 본회의장 안 우측 휴게실에 나와 있었는데, 의장께서 그걸 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 안 듣고 있다고 얘기한다"며 "별다른 방법도 없지만, 이런 필리버스터는 의미가 없다"고 회의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처리하면 안 된다는 법안을 고의 지연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필리버스터를 하는 건데, 민주당에서 거꾸로 나와서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건 찬반 토론이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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