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가도 위한 중도 확장 전략
지지층 이탈 우려도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에 관심이 쏠린다. 본격적인 대권 플랜을 염두에 둔 중도 확장용 전략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이 후보의 변화에 기존 지지층이 일부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종부세에 대해선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한편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드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은 한다"라며 재검토를 시사했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함부로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입 시기 문제에 있어서는 고민을 봐야 한다"라며 시행 유예를 언급했다.
감세 정책은 그간 보수 진영에서 주로 꺼내 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후보의 발언은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대권을 위해선 중도층 공약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당은 공식적 입장을 밝히진 않지만 내부 논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세제 문제에 접근하는 순서에 대해 어마어마한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것이 정부여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이 후보의 종부세와 금투세는 당 내부에서 검토해 나갈 부분이다. 국민의힘이 세수 결손 대책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민주당 내부에서 논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수 결손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책이 여야 협상보다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 내부적으로는 세제 개편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별로 좋지 않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피로감, 또 2기 체제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 앞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세제 개편 발언이 나온 것 같다)"라며 "지지층은 잡아놨으니 이제 더 중도로 가야 되겠다, 집토끼는 잡아놨으니 산토끼 잡으러 간다는 생각 같다"라고 설명했다.
사법리스크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책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평론가는 "(현재 이 후보가 받고 있는) 재판의 혐의가 간단한 내용이 아니다. 이 후보도 사법리스크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겠나. 이런 상황에서 진보층에만 갇혀 있어서는 국민적 지지율이 별로 올라가지 않는다.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고 대법원 판결까지 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답지 않은' 우클릭에 일부 진보 세력이 떠날 가능성은 물론 진영 내 논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대표 대항마인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종부세와 금투세를 건드리는 것은 우리 당 세제 원칙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서 동의할 수 없다"며 "저는 종부세·금투세는 조정이 아니라 지켜야 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지자체 예산이 엄청나게 사라진다는 점을 모르고 계신다. 지역 거주 시민 여러분 거리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이 예산 많이 따왔다는 현수막 건 것 보셨나. 바로 그 '지방교부세'는 '종합부동세'에서 뽑아 쓰는 것"이라며 "2022년 여야 합의로 종부세 공제액을 12억 원으로 올리고, 공시가격도 현실화하여 부담을 지는 사람 수가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또 종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겠다고? 그러면 지역, 완전히 망한다"라고 했다.
다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세제 개편 이슈를 통해 전당대회 흥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존재한다. 또 진보층이 일부 이탈하더라도 이들이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은 미미하기 때문에 중도층을 포섭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박 평론가는 "결과적으로 (지지층은) '이재명도 흔들리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집토끼가 5% 빠져도 이들이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0에 가깝다. 중도에서 5%를 가져온다면 이 후보의 변심은 플러스의 정치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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