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주2일 재택하는 '주3일 출근제' 제안
교통체증 해소, 일·가정 양립에 긍정효과
상대 비방전 골몰에 논의 활성화 안 돼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정책공약으로 주 3일 출근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때 보편화됐던 재택근무와 기존 사무실 출근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도입을 주장하면서다. 하이브리드 근무는 초저출생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부모의 양육 환경 개선 대안으로도 거론되는 만큼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지 주목된다.
원 후보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는 주3일만 출근하고 이틀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유연근무제의 일종인 일명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근은 일상적인 관념으로 자리잡혀 있지만 출퇴근 준비부터 통근 시간, 주거 부담 등 엄청난 물리적 제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 후보는 주3일 출근제의 장점으로 △수도권 과밀화 △교통체증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결을 들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사무실 유지비를 줄일 수 있고, 사실상 직원 복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 퇴사율이 낮아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만 가능하다면 주3일 출근제로 국가 근로 패러다임을 변환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 윤석열 대통령 신년사에도 '하이브리드 근무제' 언급
원 후보가 제안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는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 내용과 성과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변화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유연근무,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노사 간 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유연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21대 국회에서는 '주 4일 출근제' 법안이 발의된 적 있다. 이른바 '원격근무 2법'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8월 재택근무 활성화를 위해 원격근무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근로기준법·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 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근로자가 1주에 8시간 범위에서 특정한 근무장소를 정하지 않고 정보통신기기 등을 이용한 원격근무를 하게 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 사업주는 1주에 최소 8시간의 원격근무를 허용하도록 규정한다. 일·가정 양립을 보장하는 동시에 완전한 주4일제 근무를 위한 과도기 성격의 법안이지만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통근시간이 길어질수록 근로자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여성노동자가 맞닥뜨리는 일·생활 갈등도 심화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근시간의 변화와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통근시간은 여가와 수면시간, 여가 및 삶 만족도,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시간빈곤(일을 제외한 활용 가능한 시간이 부족한 상태)과 피로도를 증가시키도 한다. 보고서는 "부모가 함께 자녀 돌봄을 책임지는 인식 강화와 함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근무방식의 보편화와 전반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우선 이루어질 때 사회경제적 위기 시 부모 중 한 사람에게만 일과 육아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누가 정책에 관심? "당대표 뽑는 전당대회 특성 상…"
직장인 호응도가 높고 근로시간 '단축'에 비해 논란도 적을 것임에도 '하이브리드 근무' 공약은 조용히 사그라든 모양새다. 여당 전당대회는 후보들 간 비방전에 집중되며 정책·비전은 실종됐단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전당대회 후보 등록 이후 약 2주 기간 동안 '배신의 정치',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등을 두고 거친 네거티브 공방이 오갔다. 최근엔 원 후보가 사적 공천, 여론조성팀 운영, 김경율 회계사의 금융감독원장 추천 의혹 등을 제기하며 몰아붙이자 한 후보는 "거짓 마타도어 구태정치"라고 받아쳤다.
원 후보 측 관계자는 1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공방이 격화하고 있지만 상대 후보가 고심해 내놓은, 도입 필요성이 높은 정책도 공격거리로만 생각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정책에만 초점을 맞춘 질의응답 기회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9일 TV토론에서 원 후보에게 "300인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39세 미만의 근로자가 대기업 근로자의 5배이고 생산직도 있다"며 "주 3일제가 과연 현실에 맞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원 후보는 "이해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주 5일 근무를 전제로 출근을 주 3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특성 상 정책선거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대표 공약은 당의 공약으로 볼 수도 없고, 당의 공약은 특히 집권여당의 경우 정부의 공약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근무형태 다양화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 당원들이 크게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도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공약이 아예 없으면 지적을 받으니 현실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기보다는 대중적 반응이 좋을만한 내용을 던져본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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