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자 전문 공개, 사과 '의중' 두고 입장차
"당대표 돼도 문제"...문자 전문 공개에 "당정 관계 회복 어렵다" 평가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4·10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게 보낸 김건희 여사 문자 전문이 8일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무대응이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며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한 후보 측은 김 여사에게 사과 의중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고 맞서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 속 당내에서는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는 당정 관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론이 나오고 있다. 또한 보수정당이 가지고 있는 정서상 한 후보의 '읽씹' 대응이 옳지 않았다는 여론이 감지되면서, 당심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8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 간 총 5차례 한 후보에게 문자를 보냈다. 김 여사는 본인에게 불거진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두 차례 언급했다. 김 여사는 1월 19일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며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 뿐인데,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1월 23일에는 "위원장(한 후보)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다"고도 보냈다.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한 후보 측은 줄곧 김 여사에게 사과 의중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한 후보는 지난 5일 KBS 사사건건 인터뷰에서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김 여사가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제가 그 사과를 안 받아줬기 때문에 김 여사가 사과를 안 했다는 게 가능한 구도인가"라고 했다. 또 한 후보는 대통령실 공식 채널을 통해 김 여사 사과를 둘러싼 당정 간 논의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사적 소통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김 여사 문자 원문이 공개되면서 진실공방이 재점화됐다. 김 여사에게 사과 의중이 충분했다는 반론이 빗발치면서다. 한 후보의 정무적 판단 실패가 총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총선백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정훈 의원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의 심각한 결핍을 의미할 뿐"이라며 "지난 총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제가 선거대책 본부장이었다면 이 문자 메시지가 굉장히 큰 호재라고 생각한다. (김 여사가) 사과를 진정성 있게 했다면 우리가 20석 이상은 더 가져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 문자가 어대한을 기류를 바꿀 수 있을지에도 주목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80%,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 여론조사 20% 비율로 치러진다. 당원 의중이 승부를 가르는 셈인데, 국민의힘 당원 전체 중 41%를 차지하는 영남권 민심에 달려 있다. 다만 보수정당 특성상 국민의힘 코어 지지층은 영부인의 '저자세'에도 한 후보 측이 여러 차례 문자를 무시한 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영남권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보수정당 특성상 나이에 따른 예의를 굉장히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당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건 당연하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문자 논란을 두고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윤 대통령과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면서 당정 관계가 위태로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친윤계 측 인사는 통화에서 "한 후보가 수평적인 당정 관계를 얘기하는데, 사실상 한 후보가 당권을 쥐고 미래 권력자로서 대통령을 찍어 누르겠다는 걸로 보인다"라며 "당이 그대로 쪼개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또다른 친윤계 인사 역시 통화에서 "부부 간 사이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그래도 부부는 한 몸인데 한 후보가 윤 대통령과 관계 회복이 되겠느냐"라며 "이대로 진실공방으로 가고 서로를 공격하면 관계가 더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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