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 대통령실 현안 질의 여야 격돌
채상병 사건 VIP 격노설·수사외압 전면 부인
명품백 대통령기록물 지정 입장 번복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현안질의에선 예상대로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한 공방이 질의답변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쟁점인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비열한 공작"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대통령실 기록물 지정 판단 여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비서실장으로 첫 데뷔전을 치른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회의 도중 '한동훈 배신자' '여사의 품격'에 대한 질의에 실소를 띄기도 했다.
◆대통령실 "VIP 격노도, 수사외압도 없었다" vs 野 "그럼 채상병 특검법 왜 안 받나"
이날 국회 운영위에 참석한 야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현안질의 시작부터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건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정 비서실장은 "오늘 해병대원 사건과 같은 질문이 쇄도할 것이라고 저희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여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야당이 22대 국회에서 재통과를 추진 중인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수사 결과를 지켜본 이후 특검을 판단하는 게 순서"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 정 실장은 채상병 사건 수사 이첩 보류 등이 '수사 외압'이라는 주장에 대해 "외압이라는 관점과 주장, 항명이라는 관점과 주장이 지금 충돌해 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만 다툼이 있었다"며 "이른바 외압 실체는 아직 규명된 바 없고, 증거도 없다. 항명 사건은 지금 실체와 증거가 나와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VIP 격노설'과 대통령실 수사외압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VIP 격노설은 지난해 7월 31일 윤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지목한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해당 수사 결과 자료의 경찰청 이첩이 보류, 회수됐다는 주장이다. VIP 격노설을 처음 제기했던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은 지난달 21일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고 주장했고, 김 사령관은 당초 전면 부인하다 최근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제가 부임한 지 두 달가량 됐다. 대통령의 격노설이나 진노설은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도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김 1차장은 "(격노 여부에 대해선) 제가 보지 않은 사실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5월 31일 MBC는 "'참모들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이 '바로 잡으라'고 지시했다"며 "대통령이 '수사권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자를 많이 만들었다'고 구체적으로 '야단'을 쳤다"고 했다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정 실장은 '해당 기사 내용을 알고 있었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VIP 격노설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실 '02 800 7070'이라는 번호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 전화가 왔다는 사실에 대해 "수사외압 의혹의 진원지에 대해 먼저 확인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초"라며 해당 번호의 사용 주체를 알려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비서실장과 안보실 번호는 아니라면서도 "국가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온라인상에 대통령실 전화번호가 이미 공개돼 있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선 "업무상 필수적으로 컨택이 필요한, 그러한 번호만 일반인에게 10여개가 공개돼 있다"며 "나머지 (대통령실) 800 번호에 대해선 일체 공개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철통방어했다.
관련 사건의 해병대 수사 결과가 이첩 보류, 회수될 즈음 윤 대통령 등 대통령실과 군 관계자 간 통화가 수십 차례 이뤄졌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선 "안보현안이 집중돼 있는 시기였다"며 "대통령실과 군 당국 간에 통화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해명을 들은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고 외압도 없었다고 요약이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채해병 특검을 안 받을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참하는 특검법 중재안이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 수용할 것을 제안할 의제가 있냐고 묻자 정 실장은 "특검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특검을 정하는 절차가 공장하게 이뤄지고 여야가 뜻을 모으는 데 노력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의원의 동의를 얻으면 관점이 변할 수 있다 생각한다. 여야 합의를 위한, 대화와 노력에 더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채상병 특검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대통령이 격노한 적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이 특검법 찬성론으로 당내에서 '배신자'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한 후보를 배신자로 여기고 계신가'라고 묻자 정 실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대통령실 "명품백 수수 의혹은 비열한 정치 공작"...'외신 설명 가능' 질의엔 실소
이날 운영위 회의에선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앞서 2022년 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지하에서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향수 등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바 있다.
정 실장은 '해당 가방이 어디에 보관돼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은 있는 포장 그대로 청사 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해당 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아직 지정하지 않은 상태라고도 답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대상은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국민(국내 단체를 포함)으로부터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 및 공직자윤리법 제15조에 따른 선물'이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15조는 '외국으로부터 대가 없이 제공되는 물품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을 말하되, 현금은 제외'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 실장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배우자가 받은 선물은 공직자윤리법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우선 적용되는 걸로 안다"며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하는 작업은 아직 기한이 도래되지 않았다. 금년 말로 알고 있다. 그 판단을 금년 말까지 해야 하는데 이게 사건화가 되면서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그 판단 역시 수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답변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대통령실이 지난 1월 여사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며 명품백을 대통령기록물로 취급해 보관 중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이 해당 명품백의 대통령기록물 여부를 현재까지 판단하지 않고 있는 것은 현행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매년 5월 31일까지 기록관에 보고하고 8월 31일 전년도의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실이 법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져물었다.
또 윤 의원이 디올백 외에 김 여사가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통주와 화장품 등도 기록물로 보관 중이냐고 질의하자 정 실장은 "확인해 보겠다"며 "제가 온 지가 얼마 안 돼 가지고 인지가 안 돼서"라고 웃음을 보였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전통주 등) 소재에 관해서는 저희가 이 자리에서 답변을 드릴 수 없다는 점을 좀 양해해달라"고 했다.
정 실장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자체에 대해선 "최 아무개 목사라는 분이 대통령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돌아가신 아버님과 잘 아는 사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접근을 해서 불법적인 녹취와 촬영을 한 저급하고 비열한 공작사건"이라는 기존 대통령실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윤종군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던 당시 사진을 띄우며 '대통령 기록물을 주고받는 품격있는 국가의 자리로 보이느냐'고 묻자 정 실장은 "저 사진이 선물 받는 데 적절하지 않은 장소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저 장소가 무슨 상관이 있냐. 저게 무슨 영부인의 품격과 관계가 되는 사진인가"라고 실소를 띄며 답했다. 이어 "저 사진이 무슨 품격을 잃은 사진이라는 취지로 말하나"라며 "의원의 지적은 침소봉대, 견강부회식이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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