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특위 가동해도 입법 어려워…野 협조 절대적
국회 의사일정 불참도 부담…'실리' 필요성 커져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특위를 중심으로 강력한 투쟁에 나서 달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국회 일정에 불참하며 장외 투쟁 노선을 걷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문제는 장기간 의사 일정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당 원내사령탑의 일성에서 대야 투쟁의 뾰족한 전략이 없는 소수당의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전체 300석 중 170석(의장 제외)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관례를 내세워 요구해온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알짜' 상임위를 차지한 이후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당이 눈 뜨고 당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야당의 일방 독주에 맞서 국민의힘은 자체 구성한 15개의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별도의 노선을 걷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위에서 민생 현안을 다루고 있어도 입법 권한이 없어 절대적으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야권이 단독으로 상임위를 열어 반쪽 회의라도 하는 것과 대조돼 자칫 여당이 태업하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야당도 여당이 무책임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집권여당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국회 상임위 구성도 안 하고, 몽니와 억지로 국회 발목이나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국회가 한 달 일을 하지 않으면, 국민 혈세로 주는 국회의원 세비 23억 원을 탕진하는 꼴이다. 국회의원이 '세비 루팡'이 돼서야 되겠나.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연일 의원총회를 열어 집단지성을 모으고 있지만 야당에 맞설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특위를 활성화하고 정부와 민생 현안을 논의해 성과를 내려 분주하다. 내년 3월 말까지 공매도 금지 조처를 연장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현실적으로 여당이 난국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당의 출구 전략은 전무하다. 현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건 여론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위원장과 간사에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과 주진우 의원을 배치했다. 민주당이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과정 검사 특검법'을 발의한 것에 맞불을 놓은 격이다. 추 원내대표는 해당 특위에 대해 "민주당이 입법부를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사법부를 파괴하려고 들고 있는 것을 우리가 전면 저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를 겨냥한 공세가 실제 효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가 이미 오래전부터 대장동 의혹 등으로 재판받고 있어 파급력이 떨어지는 데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여론이 큰 상황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29%, 부정 평가는 63%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윤 대통령이 직접 동해 석유·가스전 매장 가능성을 발표한 이후 여러 논란과 의혹이 생기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회 일정 보이콧을 장기화하거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기댄다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경우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여당의 딜레마다. 실질적으로 야당과 힘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만큼 당 지도부가 대책 없이 야당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실리는 챙기는 협상에 나설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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