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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석유 매장 가능성"…왜 尹이 직접 나섰을까

  • 정치 | 2024-06-08 00:00

국힘·민주, 원 구성 평행선…원내대표 신경전
日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보류' 판정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동해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22년 3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엄청난 보안을 유지한 '깜짝 발표'였다.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추할 계획이다. 정부가 분석을 맡겨 석유 매장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미국 액트지오 측은 기자회견에서 탐사성공률이 20%라고 했다. '산유국' 이슈는 국회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쇼'에 가깝다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무분별한 트집 잡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일본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등재 '보류' 판정을 받았다.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를 숨긴 채 에도시대 때 금광으로 유명했다는 사실만 내세우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원내교섭단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원 구성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원 구성 기한을 넘겼다. 171석을 가진 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장과 위원명단을 제출하며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는 일방 독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의 공전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5일 첫 본회의에서 여당의 불참 속에 단독 표결로 국회의장단(여당 몫 부의장 미선출)을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낙선한 6선의 추미애 의원이 임시 의장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조국혁신당은 국회사무처가 배정한 국회 본청 사무실이 분리 배치됐다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두고서도 여야가 정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계획을 발표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계획을 발표했다. 야당은 "국면 전환용 쇼"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제공

◆'대왕고래'로 국면 전환? 대통령 '깜짝 브리핑' 배경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직접 내려와 직접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 시추 계획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했어. 출입 기자단도 사전에 분위기를 감지했어?

-전혀 몰랐어. 브리핑 직전 '에너지 관련'이라는 언급은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했지. 나중에 듣기로는 대통령실 내에서도 비서실장과 담당 비서관 정도만 극소수로 정보를 공유했다고 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장관이 이날 브리핑할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대통령 발표 이후 나온 언론 보도, 관련 웹사이트 등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물리탐사 심층 분석을 맡은 미국 Act-Geo(액트지오)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업계 전문가는 맞아 보여. 다만 Act-Geo가 2017년 설립된 신생기업인 데다, 소속 직원이 소수이고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다는 점이 밝혀져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어. 아브레우 박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건물을 소유하거나 여러 명의 부사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구조에서 일한다"면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고 작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경영 시스템이라고 답했어.

-회사 규모가 작아도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봐. 그런데 같은 동해 심해 8광구 및 6-1광구 북부 지역을 16년간 조사했던 호주 대형 석유기업 우드사이드사는 "장래성이 없다(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는 이유로 지난해 프로젝트에서 발을 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문점이 계속 쌓이고 있어. 반면 방한한 아브레우 박사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다"면서 탐사시추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어.

윤 대통령이 첫 국정브리핑을 마친 뒤 이석하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어받아 브리핑하는 모습. 대통령의 발표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탐사계획 성패에 대한 부처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첫 국정브리핑을 마친 뒤 이석하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이어받아 브리핑하는 모습. 대통령의 발표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탐사계획 성패에 대한 부처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통령실 제공

-프로젝트의 성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건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많아. 실패확률이 더 높고 개발비용 대비 경제성이 확보될지 모르기 때문에 담당 부처에서 신중히 추진했어야 하는 사안이라는 거야. 대통령 발표 직후 한국석유공사 등 관련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식시장이 요동치기도 했어.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선 '대왕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가 됐어.

-발표 시점이 왜 하필 지금인가를 두고도 "국면전환용 아니냐"는 추측도 나와. 최근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 관련 윤 대통령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하루에만 3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한 언론에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파장이 컸잖아. 또 김건희 여사 관련 주가 조작 의혹과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고. 야당 일각에선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이슈 전환을 위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던졌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석유공사는 이미 올해 초 액트지오와 프로젝트 용역 계약을 맺었다고 해. 다만 대통령실 보고는 지난달 있었다고 해.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부근 매장량 탐사 작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는데, 6개월 뒤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고 시추 중단을 선언한 적이 있어. 당시 1차 석유파동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던 때였는데 국면 전환이 됐었지.

-이번 대통령의 발표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과거처럼 이런 일로 국면 전환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아. 현재로선 객관적인 사실들을 종합해 살펴보고 지켜보는 게 좋겠어.

일본 언론은 지난 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보류' 결정을 보도하며 자료 보완 시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사도광산의 내부 모습.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일본 언론은 지난 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보류' 결정을 보도하며 자료 보완 시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사도광산의 내부 모습.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제공

◆'보류 판정' 日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촉각'...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가 일본의 '사도광산'에 대해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맞아.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한 사도광산에 대해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보류'를 결정했어. 추가로 보충 자료를 제출하라는 의미라고 해. 일본 언론은 지난 6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자료 보완 시 등재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어.

-사도광산이라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이 이뤄진 곳 아냐?

-맞아. 일본은 태평양전쟁(1939~1945) 때 이곳을 전쟁물자처로 활용했는데,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했지. 문제는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사도광산을 등재 신청할 때, 시기를 '에도 시대'로 한정해 식민 지배 당시의 일을 교묘하게 제외했다는 점이야. 일본은 조선인 강제 동원은 쏙 뺀 채 '사도광산은 금의 채취와 정련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된 17세기 세계 최대 금 산출처'라고 주장했지.

외교부는 지난 6일 해당 사안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6일 해당 사안과 관련해 "신청 당사국이 아닌 우리 정부가 현 시점에서 결과를 확인해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임염무 기자

-그럼 자문기구가 일본에 요구한 추가 자료에는 식민지 당시의 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건가?

-다행히(?) 자문기구에서는 일본에 사도광산에 대한 전체 역사를 설명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져. 다만 지난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군함도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건으로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명시하도록 돼 있었는데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도 이에 적극적이지 않고 있거든.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최종 결정은 다음 달 21~3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고 해. 위원회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일 양국 간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 같아.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본회의를 앞두고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본회의를 앞두고 원 구성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법 오독 말라" "그게 왜 오독?"…여야, 막판까지 신경전

-국회는 여전히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현재까지 상황은 어때?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국회법상 원 구성 시한인 지난 7일까지 상임위원 선임안을 제시하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끝내 거부했어. 민주당은 오는 10일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 등을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할 계획이야.

-지난 2020년, 21대 개원 초기 모습이 떠올라.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였고, 결국 47일 만에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했잖아. 이번에도 원내교섭단체 여야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잖아.

-지난 5일 여야 원내대표 2+2 회동 분위기가 그랬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배준영 수석부대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박성준 수석부대표는 50여 분간 만났는데 타협점을 찾지 못했어. 회동을 마친 뒤 두 원내대표의 모습이 상징적이었던 것 같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가 "법을 오독하지 말자는 게 오늘 대화의 중심"이라고 언급했어.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그게 왜 오독이냐"며 발끈했지.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이 지난 5일 본회의를 마치고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 /배정한 기자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이 지난 5일 본회의를 마치고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할 예정이었지만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석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 /배정한 기자

-민주당은 7일까지 원 구성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독 구성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야. 국회법이 정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말이야.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법의 취지는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다수당인 민주당이 합의 없이 원 구성을 완료한다는 건 다수결을 내세운 힘자랑이라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야.

-협상의 여지는 있는 것 같아?

-당분간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야. 여당은 지난 5일 의장단 선출을 위한 첫 본회의에 불참했어. 야당이 합의 없이 의사일정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말이야. 본회의가 끝난 뒤 우원식 신임 국회의장이 마련한 여야 원내대표 상견례 자리에도 추 원내대표는 불참했어. 7일 의장 주재 회동도 추 원내대표의 거부 의사로 무산됐고. 지난 21대 국회와 데자뷔야. 한숨만 나올 뿐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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