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모수개혁이라도 먼저"...국민의힘 "22대 국회에서"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1대 국회 종료를 앞둔 여야가 연금개혁안 합의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은 구조개혁과 함께해야 한다"며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오는 29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제안한 가운데 국민의힘 내에서도 야당의 제안을 수용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28일 본회의 의사일정을 논의했으나 연금개혁안 상정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추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안을) 이번 국회 내 처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22대 국회가 곧 시작하니까 그때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잘 진행해 보자는 얘기를 나눴다"며 본회의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무리한 법안에 대해, 특히 특검법 재의결에 동의할 수 없어서 내일 본회의 진행 자체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연금개혁 관련 모수개혁에 대해 민주당이 통 크게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안을 수용했음에도 합의를 일궈내 처리하지 못한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했다.
모수개혁은 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조정하는 개혁으로, '더 내고 덜 받을수록'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보험료율 3%·소득대체율 70%로 도입된 이래 지속가능성을 위해 보험료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춰왔다. 다만 모수개혁은 시기를 늦출 뿐 기금고갈을 막을 수 없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막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성 보장을 전제로 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및 각종 특수직격연금의 통합, 신연금과 구연금의 분리 등이 구조개혁 방안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한 뒤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이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먼저 모수개혁을 21대 국회서 하고, 여야 합의서에 구조개혁 방안을 담으면 된다"며 22대 임기 내 처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연금특위가 여당의 제안으로 출범해 그간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서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던 점을 강조하며 "22대 국회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하지만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전문가위원회에서도 구조개혁 방안이 대두됐으나 모수개혁 없이는 구조개혁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며 "지난 2년여간 끈질기게 인내심을 가지고 큰 양보 끝에 타협안을 만들었는데 결국 22대 국회서 하겠다는 건 윤석열 정부에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연일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28일이 안 되면 29일에 별도로 연금개혁안 처리만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해도 무방하다"면서 '21대 내 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정부·여당의 '22대 재추진' 주장에 대해 "이번에 미루면 (22대 국회에서) 위원회 구성 등으로 1년이 지나가고 곧 지방선거와 대선"이라며 "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으로 봤다. 그러면서 "무작정 다음 국회에서 논의하자는 건 연금개혁을 하지 말자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여당 내에서도 야당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경원 당선인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처음엔 (이 대표 제안에) 부정적이었는데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구조개혁까지 포함해 모두 다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국회 원 구성이 쉽지 않고 (여야 간) 대립이 많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며 "구조개혁을 올해 안에 한다는 조건으로 합의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모수개혁 합의만으로도 대단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단 모수개혁만 합의한 뒤 구조개혁 논의를 이어가자"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여야가 합의한다면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연금개혁안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국민의힘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22대 국회에서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여당이 입장을 바꿔 수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두 개혁을 한 뭉텅이로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금개혁은 한 번 정하면 적어도 20~30년 지속돼야 하는데 모수개혁만으로 일단락짓고 다시 구조개혁을 한다면 서로 모순과 충돌이 생기고 세대 간 갈등 등이 우려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두 개혁을 한 뭉텅이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44%는 구조개혁이 함께 진행되는 걸 전제로 한 수치"라며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는 구조개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 등을 구성해 9월 정기국회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패키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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