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약자복지 등 민생친화적 예산 강조
저출생, R&D, 필수의료 최우선 편성 주문
"허리띠 더 졸라매야"…재정 효율화 당부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방향을 논의하는 재정전략회의에서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기 위해 재정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민생 지원 예산을 더 편성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R&D(연구개발) 예산, 저출생 극복 예산 등 국가 최우선 사업 예산을 챙기되, 비효율적 예산을 발굴해 과감히 줄여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의 재정 운영은 민생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저출생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국가적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06년 이후 총 370조원에 달하는 저출생 대응 예산을 투입했지만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고 부처 간 칸막이로 중복·낭비되는 예산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투자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신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전략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체계, 지역의료 혁신 투자, 필수의료 기능 유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필수의료 R&D 확충을 비롯해서 정부의 의료개혁 5대 재정 투자가 차질 없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R&D 예산 역대급 확대 방침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성장의 토대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를 전면 폐지하고, 투자 규모를 대폭 확충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서민, 약자복지, 청년 지원 등 민생 친화적 예산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중산층은 더 확대되면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재정이 제 기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시민과 중산층의 살림이 탄탄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 확충, 어르신 기초연금·생계급여 확대, 경력단절여성, 노동약자 청년 지원 등 이전보다 더 촘촘한 약자 복지 정책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최근 약속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안, 노동법원 설치에 대해서도 "관심 갖고 챙겨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건전재정 기조는 유지하겠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일이 태산이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어 마음껏 돈을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재정을 살펴볼 때면 빚만 잔뜩 물려받은 소년 가장과 같이 답답한 심정이 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정 건전화 노력이 약화할 것이란 전망을 언급하며 "앞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재정 효율화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강조하는 건전재정이 무조건 지출을 줄이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제대로 써서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에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은 적극 구조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처별 예산 경쟁으로 인한 예산 중복 투입이나 비효율적인 편성 부분을 개선해달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중기 재정 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내년도 예산 증가분이 모두 의무지출에 해당해 신규 증액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부처별 구조조정 실적에 따라 예산상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민생 안정·역동 경제·재정 혁신 등을 주제로 참석자들의 세션 토론이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에 재원을 집중 투입하고 나머지 없애야 할 것은 확실하게 구조조정 해달라"고 당부했고,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정 협의를 보다 자주 열어 당정이 함께 정책을 많이 개발하고 국민께 적극 알리자"고 제안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도 예산안과 국가의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정부 최고위급 연례 회의체다. 이날 논의된 사안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각 부처의 예산 요구서를 받아 8월 말까지 예산안을 확정한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각 부처 장관에게 "부처 예산을 편성할 때 키워야 하는 사업과 줄여야 하는 사업을 잘 구분해 달라"며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최우선적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부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참석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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