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첫 민토서 노동자 지원법·노동법원 설치 등 약속
野·노동계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달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집권 3년차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재시동을 걸었다. 핵심 과제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천명하고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지원하기 위한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공제회 설립을 지원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노동계에서 요구해온 노동법원 설치 추진도 약속했다.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도 '노동약자 지원' 정책에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25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총선 이후 첫 민생토론회 주제로 '노동'을 택하면서 지지부진한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재시동을 건 것이다.
먼저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모두발언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는 불균형성장은 이제 의미가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면서 "노동시장 양극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고 천명했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다시 계층간 양극화로 확대되면서 민주주의 위기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노동개혁은 가장 중요한 것이 노사법치로, 불법이 관행화된 문화를 바로 잡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오늘 다룬 노동의 양극화 현상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은 '노사 관계 법치주의 확립'을 노동개혁 최우선 과제에 두고 추진해왔다. 노조의 불법파업에 강경 대응해 화물연대의 운송 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정면 돌파했고,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고용 세습 및 불공정 채용관행 근절을 주문, 정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관련 조치가 이뤄졌다. 제1과제가 안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다음 과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정부의 정책 역량을 쏟겠다는 집권 3년차 노동개혁 방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해 낙제점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나 고용 안전망 강화, 직무 내용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선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노동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세부 과제로 '노동약자 지원' 관련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미조직 근로자들이 질병, 상해, 실업을 겪었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를 지원하고 노동약자들이 분쟁을 조속히 해결하고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미조직 근로자 권익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원·하청 상생연대 형성지원 사업, 영세중소기업 대상 공동근로복지기금 조성사업 등 노동약자들을 위한 권익증진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배달 종사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배달서비스공제조합 설립 지원 △플랫폼 종사자들의 휴게시설을 확충 △고액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강화 및 정부 차원의 보호대책 강화 △특정 사업주를 전제하지 않는 노동보호시스템 마련 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같은 회사 안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간에 사람 차별을 대놓고 해서야 어떻게 우리가 전체 산업의 이중구조를 타파하겠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차별적 노동 내규'가 있는 기업에 대해선 정부 혜택을 배제하는 등 패키지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아울러 사용자의 임금 체불과 관련해 "기업이 멀쩡하게 돌아가거나 아니면 기업은 망했지만 자기 재산은 따로 챙겨놓고 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거는 반사회적 정도가 아니라 반국가사범"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노동법원 설치를 추진해달라고 깜짝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법원이라는 게 노동법 위반 문제만 다루고 해고가 공정했냐 아니냐뿐만 아니라 민사상의 피해를 입었을 때 원트랙으로 다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체불 임금이라든가, 노동자들의 피해 등 더 큰 이슈들이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의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이제 됐다"면서 노동법원 설치 관련 법안 제출 등 준비를 서둘러달라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다. 노동법원 설치는 야당과 노동계가 그동안 요구해온 사안이다. 노동권리분쟁을 조정하는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와 일반 법원으로 나뉜 노동분쟁 해결 절차를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차원이다.
장기적 과제로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들면서 '교육'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술의 진보가 결국은 노동의 형태를 바꿔나가는데, 거기에 빨리빨리 적응하게 해야 한다"며 "또 고용정보센터에서 어떤 일자리가 좋겠다고 알선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기본 교육을 좀 단기간이라도 받으면 더 나은, 만족할 만한 직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 부분 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앞으로 기재부라든지 예산 부처와도 협의해서 저도 적극 밀겠다"라면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노동 정책 관련 입법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큰 틀에서 야당과 노동계가 그간 요구해온 것들로 협조가 예상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첨예한 쟁점에 부딪힐 수 있다. 노동법원 설치 논의가 대표적이다. 야당이 이미 발의한 노동법원 설치법안은 일반법원처럼 재판부만 두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와 사용자 측의 참심관을 두도록 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노사대표가 재판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동법원 설치가 위헌 논란과 경영계 우려 등에 막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과 노동계는 윤 대통령이 천명한 노동개혁 과제들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밝힌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의지가 진심이라면, 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말의 성찬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모처럼 대통령에게서 노동 혐오와 배제가 아닌 노동약자 지원과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메시지가 나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대통령이 힘쓰겠다고 제시한 것들은 그동안 수차례 노동계가 요구해 왔던 것이며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이 이미 국회에 상당수 발의된 상태"라며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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