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민생회복조치 적극적 검토 부탁"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도 당부
연금개혁·의정 갈등 협력 약속
[더팩트ㅣ신진환 기자·용산=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협치 복원과 국정기조 전환을 요청했다. 또 총선 민심을 앞세워 국정과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한 민주당 측의 요구와 비판을 일방적으로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공개 발언이 끝날 때까지 경청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마주했다. 이 자리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고, 민주당에서는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회담 초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잘 계셨나. 선거운동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다들 건강을 회복하셨나"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필요하다. 고맙다"라고 답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은 이후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 초청에 응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 편하게 여러 가지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씨가 좋다"고 언급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이 고대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발언권을 넘기자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에 대해 많은 국민이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며 "국정에 바쁘실 텐데 귀한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저희가 (국회에서 대통령실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700일이 걸렸다"며 "약간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런 얘기도 있어서 오늘 만남이 우리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의미를 뒀다.
이 대표는 먼저 "국민의 삶이 팍팍하고 어렵다"며 민생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에둘러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R&D(연구개발)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다른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께서도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파업 사태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언급하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며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협조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최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 마련됐다"며 "대통령님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들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 속에 국정을 함께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전환 등을 요구했다. 그는 "발목 잡기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 정치가 추한 정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다"면서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공개 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후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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