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키우는 조국, 민주 노골적으로 무시 전략
조국당, "섭섭하다" 감정적 토로, 교섭단체마저 좌초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한 후 민주당으로부터 거절 당한 조국혁신당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민주당의 의도적 외면 분위기에 교섭단체 구성마저 무산되자, 조국혁신당은 원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또다른 전략을 고심 중이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민주당과의 회담"이라며 "대통령이 야당 목소리를 듣고자 하면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 야당 대표와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 되지 않나"라고 조국 대표의 범야권 연석회의 제안을 일축했다. 조 대표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다. 앞서 조 대표는 지난 22일 "윤 대통령과 만나기 전 범야권 연석회의를 만들어 주도해 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범야권의 대표로 윤 대통령을 만나면 이 대표가 범야권 192석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서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으로부터 노골적인 무시를 받고 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3일 CBS에서 "국회 운영의 1차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대화하는 게 맞다"며 "아직 거기(조국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다. 지금은 그런(대화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 역시 BBS라디오에서 "22대 국회가 아직 개원 전"이라며 회의적 태도를 보였다.
양당이 묘한 신경전은 조 대표를 향한 친명계 인사들의 견제구로 풀이된다. 22대 국회에서 조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친문재인) 세력 결집이 예상되는 만큼, 주도권을 강하게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전통 지지층 사이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보였기에 조 대표 입지가 향후 이 대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긴장감도 높아졌다. 특히 조 대표가 친문과 호남 세력 사이에서 호소력이 강해, 당내에서 독자적으로 입지를 키워온 이 대표로서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야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앞서 민주당은 정치개혁 공약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약속했으나, 총선을 치른 후 기류가 바뀌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 구성 요건 변경을 두고 "22대 국회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제도 개선안이지 않나"라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로서 요건 완화 외에는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석이 더 필요한데,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사회 추천 몫으로 당선된 2명(서미화·김윤)이 민주당행을 택하면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교섭단체가 되면 의사일정 변경 요구권, 국무위원 출석 요구권, 국회 윤리 심사 징계 요구권 등을 갖기 때문에 원내 입지도 그만큼 커진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조국혁신당이 양당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기 때문에 협의 대상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민주당과 불협화음에 조국혁신당의 불만 토로는 계속되고 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공식 거부한 것으로 봐야할 지 모르겠지만, 몇 의원님들과 대변인께서 부정적으로 말씀주셔서 안타깝고 섭섭하다"며 "조 대표의 진지한 제안을 깊이 고민해주고 이재명 대표께서 어떠한 답을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한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가 민주당을 왜 방해하겠느냐"라며 "경쟁 관계도 아닌 협력 관계인데, 민주당이 좀더 (조국혁신당을) 넓게 품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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