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중재안' 내놨지만 의협 "한 명도 안 돼"
여야정 협의체 필요 목소리…의사출신 당선인 역할 '주목'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의정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의대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이는, 대학별 자율 조정안을 내놓으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의료계가 거부하면서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수록 환자들의 피해만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를 중심으로 빠른 시일 내 의정 갈등 중재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은 22일 SBS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년도에 한해 의대 증원분(2000명)의 50~100%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안(案)을 발표한 것에 대해 "전공의들, 교수들, 의협은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총리가 밝힌 것은 다시 말하면 오히려 근본적으로 2000명이라는 정부 측의 원칙은 전혀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명확히 한 것"이라면서다.
임 당선인은 "이 사태가 정상화되려면 사직한 전공의들,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 그 자리를 메우고 계신 교수님들에게 수용성이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낸 안을 보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과 교수님들에 과연 수용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대증원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심각한 의료 파괴정책인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전면 폐기인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며 "전공의들이 요구한 일곱 가지도 충분히 반영된 안이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 명령 전면 철회와 정식 사과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를 통한 헌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금지 조항을 준수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대책 제시 △열악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이다.
국회에서 '중재 시도'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에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특위,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의료계와 만남이나 관련 태스크포스 구성 계획을 구체화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민수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의정갈등이 지속할수록 피해는 국민과 환자, 환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장을 계속 고수하는 게 맞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주체로서 정부는 의사단체와 적극 대화하길, 의료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환자를 생각해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치전문가들도 의정 갈등 국면을 타개하는 차원에서라도 야당 등이 참여하는 대화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치권에선 어떤 방향의 의료개혁이든 수혜자는 국민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며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시간을 갖고 논의하되 시민사회단체 참여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정부가 총선 전 '2000명 증원'이란 결과를 만들어내려 했고, 결국 실패한 데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의료계나 환자 단체 등의 요구를 수렴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사 출신 국회의원 8명이 탄생한 만큼 의사 출신 당선인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료개혁이 22대 국회의 중요 의제로 떠올랐다는 점에서다.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은 통화에서 "정부가 만든 의료개혁 로드맵을 다음 정부, 혹은 22대 국회가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은 국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라며 "의료 개혁은 정파적이라기보다는 초당적 문제의 성격이 강한 만큼 여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개혁신당 당선인은 통화에서 "의사들의 현장 이탈은 단순히 증원 때문이 아니라 정부에 현 상황의 개선책이나 미래 의료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극단적으론 증원이 원점 재논의가 된다 해도 의사들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당선인은 "민주당이 제안한 대화기구도 의료계를 제외하고는 의료 소비자 입장일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는 공정한 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것"이라며 "대화체 구성은 정부와 의료계가 동수로, 무엇이 국민을 위해 옳은 의료개혁인지 정당성을 제시할 수 있는 각 영역의 인사들로 구성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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