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막판 결집으로 개헌 저지선 사수
영남 쏠림 심화...수도권·중도층 민심과 더 멀어지나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의 바람을 이기지 못했다. 핵심 승부처였던 수도권과 충청권의 중도층은 야권의 손을 들었다. 부산·울산·경남(PK)의 막판 결집으로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가까스로 지켰지만 21대 국회에 이어 '영남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90석,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18석을 더해 총 108석을 확보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254석 중 161석을 확보하며 단독 과반에 성공했다.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을 더하면 175석이다. 여기에 민주당 계열의 새로운미래(1석)와 조국혁신당(12석), 진보성향의 진보당(1석)을 합하면 189석에 달한다. 지난 21대 총선의 183석을 넘는 숫자다.
승패를 가른 건 수도권과 충청권이다.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은 20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서울에서는 격전지로 꼽은 '한강벨트' 13개 지역구 중 마포을과 영등포갑·을, 동작갑, 중·성동갑·을, 광진갑·을, 강동갑·을 10곳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서울에서 지난 21대 총선에 비해 3석 늘어난 11석을 가져왔지만 국민의힘이 잘했다고 보긴 어렵다. 동작을은 나경원 당선인의 오랜 지역구로, 상대인 류삼영 전 총경이 전략공천으로 뒤늦게 뛰어든 곳이다. 꾸준한 지역구 관리와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나 당선인의 개인기로 보는 게 타당하다.
'야당 텃밭'인 도봉갑을 가져온 건 지역에서 오랫동안 출마를 준비한 '토박이' 김재섭 당선인이다. 상대는 안귀령 전 대변인이었는데 전략공천으로 뒷말이 많았다. '599표' 차이로 가져온 마포갑(조정훈) 또한 민주당이 공천으로 진통을 앓은 곳이다. 민주당은 이지은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으나 앞서 지역구 현역인 노웅래 의원이 공천 배제(컷오프)되며 단식농성까지 벌이는 등 상당한 갈등을 겪었다.
경기는 21대 총선보다 1석 줄어든 6석을 확보했다. 21대 총선에서 61석이었던 경기는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으로 60석으로 줄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성남 분당을의 김은혜 당선인이 현역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꺾었으나 평택병(유의동)·안성(김학용)을 잃었다. 21대 총선에서 승리했던 용인갑도 민주당에 내줬다. 인천 14석 중에는 2석을 지켰다. 동·미추홀을의 윤상현 의원이 접전 끝에 5선에 성공했고 배준영 의원의 중·강화·옹진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이다.
충청권의 28석 중 9석을 가지고 있던 국민의힘은 6석으로 줄었다. 이번엔 21대 총선에서 승리했던 충남 아산갑과 공주·부여·청양마저 넘겨줬다. 민주당이 모두 가져간 대전의 7석은 단 한 석도 찾아오지 못했다. 당적을 바꾼 5선의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도 떨어졌다. 2석이 걸린 세종특별자치시도 마찬가지다. 한 전 위원장이 선거 막바지 '국회 세종 이전'을 띄웠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 우세지역인 대구·경북(TK) 25곳 전부를, 강원 8곳 중 허영 민주당 의원의 춘천·철원·화천·양구갑과 송기헌 민주당 의원의 원주을을 제외한 6석을 지켰다.
개헌 저지선(100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부산·울산·경남(PK) 40석 중 34석을 가져간 게 컸다. 부산에선 18석 중 전재수 민주당 의원의 북갑을 제외한 17석을 가져오며 압승했다. 선거구 획정으로 '현역대결'이 벌어졌던 부산 남에서 박수영 당선인이 박재호 의원을 이겼다. 경합이 예상된 강서(김도읍)·사하을(조경태)·사상(김대식)·북을(박성훈)에서도 승리했다. 직전 여론조사에서 열세로 나온 연제에서도 김희정 당선인도 큰 격차로 승리했다. 선거 막바지 지지층이 결집한 덕분이다.
경남에선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16석 중 13석을 유지했다. 경남 양산을에서 지역구를 옮겨 도전한 김태호 의원이 현역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꺾었으나 경남 창원 성산에선 현역 강기윤 의원이 패배했다. 울산 6석 중에는 21대 총선보다 한 석 줄어든 4석을 가져왔다. 동 지역구를 민주당에 빼앗기면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내준 북 지역구는 이번엔 진보당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수의 위기'로 진단하며 '영남을 지켰다고 안주할 게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12일 통화에서 "의석을 지키기 위해 선거 때만 영남의 보수적인 정서만 이용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남의 발전,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영남은 이렇게 하면 돼'라는 안일한 생각"이라며 "이런 행태로는 영남에서도 곧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이긴 적이 거의 없다. 21대 국회에서도 영남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 지역구 지키기에 매몰돼 이념 등 보수적인 정서만을 자극하는 전략이 퇴행을 불러올 것이라 우려했다. 이어 "중도층의 표심이 향배를 가르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향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차기 지도체제는 영남을 벗어난 구성이 필요하다. 수도권·중도층 확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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