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임기도 여소야대 지형…野와 협치 복원 요구 커져
尹 대통령 "경제와 민생 안정 최선" 메시지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취임 700일을 갓 넘긴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여소야대 지형이 확정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한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해왔는데, 남은 임기 3년에는 더 큰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제1야당 대표와 한 차례도 공식 회동을 하지 않는 등 '강대강' 태도에서 벗어나 협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첫 일성으로 "경제와 민생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향후 국정운영 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대표(국민의미래) 18석으로 총 108석을 얻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161석으로 단독 과반을 넘겼고,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14석까지 합해 총 175석을 차지했다. 개헌 저지선(101석)은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직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했던 것에서 2년 만에 확 달라진 민심을 마주한 '참패'다.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유권자의 더 많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강경 진보 노선을 기치로 내건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하면서 22대 국회에서 정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번 총선 결과로 윤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지형 속에서 국정운영을 펼치게 됐다. 남은 임기 3년도 국정과제 실현을 뒷받침할 법안 추진이 어려워지면서 '식물 정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은 주요 입법 과제를 추진하려다 번번이 거대 야당의 벽에 막혔다. 대표적으로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조차 처리하지 못했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법안도 쌓여 있다. 윤 대통령이 올해 들어 거듭 강조해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비롯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지원 확대 등 주요 세제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또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굴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완화법, 의무휴업일 공휴일 원칙을 삭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단말기 유통법 폐지법' 등 크고 작은 민생 과제들을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선 법안 처리가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들어 공개 석상에서 "약속하는 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행동하는 정부"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를 위해선 야당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2년까지는 각 부처별 시행령을 바꾸는 식으로 난제를 풀어왔지만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할 경우 국정운영은 더욱 경색될 우려가 있다.
입법 추진은 물론 남은 임기 내내 국정 불안정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탄핵 또는 개헌 추진선이자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범야권 '200석'은 막았지만 여당 내에서 8명의 이탈표만 발생해도 저지선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 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해온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개인기로 살아돌아왔는데, 이들이 당내 소장파 그룹을 형성하며 존재감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은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권은 조국혁신당을 필두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비롯해, '채 상병 특검법'과 '이종섭 특검법' 등 특검법 발의를 줄줄의 예고하고 있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신속안건처리(패스트트랙)절차 등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입법을 강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지난 2년 때처럼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서 이제는 정말 국정 기조를 제대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평적인 관계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야당 의원도 자유롭게 만나서 함께 소통하고 설득하는 모습들이 좋아 보인다. 대통령이 이런 부분을 해소했으면 좋겠다"며 야당과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수석비서관급 6명 참모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야당과의 협조와 소통에 나서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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