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정치 현장 소식 전달... 시민 알권리 충족
정치적 알고리즘 적용 땐 확증편향 정보 노출 우려
전문가들 "비판적으로 선별 수용해야" 지적 나와
[더팩트ㅣ배정한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대표들은 마지막까지 전국의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들에게 자당의 후보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당의 대표들이 지역구를 방문하면 인기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만큼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뉴스로만 접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실물로 만나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같이 셀카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가지 못해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의 유세 현장은 직접 가서 보거나 신문과 방송으로 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만 들어가면 어떤 현장이든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유세 현장에는 기자들의 카메라보다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스마트폰들이 더 많아졌다. 비싸고 거창한 장비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든 구독자들에게 생생한 장면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경쟁도 치열하다. 예전에는 더 좋은 장면과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언론사들끼리의 경쟁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유튜버들도 이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 비대위원장의 유세 현장을 생중계하는 '락TV 채널' 운영자 최 씨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유튜브를 시작했다. 저는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그런 현상들이 많으니깐 이걸 응원해서 정치적으로 바로잡고 싶은 마음으로 유튜브를 하고 있다"며 본인을 소개했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약 12만 명이다. 생중계 시청자 수는 많을 때는 3000명 이상, 적을 때는 100명 이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4만 건에 가까운 동영상 컨텐츠를 유튜브에 게재했다.
최 씨는 "이번 선거의 중요성이 좀 있다 보니까 응원의 메시지들을 많이 만들고 싶어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현장 생중계를 하고 있다"며 "구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소신이나 각오를 들어보는 인터뷰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활동 배경을 설명했다.
유튜버로써 현장을 생중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을 뚫고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는 상황 속에서 기자들과 자리 경쟁을 위해 몸싸움도 해야 된다.
이에 대해 그는 "경호원들이 예전에는 경계를 많이 했고, 제지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현장에 있으니 서로 얼굴도 익히고 어느 정도 통제를 따르면서 서로 배려하는 단계에 접어든 거 같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정치 현장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의 비속어와 막말, 자극적인 언행 등 사회적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볼 때도 유튜버들 중에서 너무 심하게 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속어로 시작해서 비속어로 끝나는 유튜버들도 있는데 그건 저도 반대한다"며 "생중계를 하다 보면 내가 한 게 아닌데 내가 한 걸로 인식이 돼서 영상이 정지되는 등 채널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고, 현장에 있는 멀쩡한 유튜버들도 막말을 하는 채널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그는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과 현장에서 가끔 분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폭행을 행사한다던가 무력을 쓰는 행위는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흥분하는 상황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생중계로 인해 그런 모습들이 구독자들에게 걸러지지 않고 바로 전달되는 부분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유튜브를 하다 보면 아주 심한 건 아니지만 가끔 비속어를 쓰기도 한다. 그건 구독자들이 느끼는 어떤 분노나 표출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대신 뚫어준다는 의미로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렇게 생중계 유튜버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정당을 응원하기 위해 치열하게 현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공보국 관계자는 "유튜브는 국민들이 정치 현장을 보는 하나의 통로다. (유튜버들이) 전략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하고 안 유리한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희는 그냥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보국은 언론사 취재 지원이 업무 중의 하나인데 기자와 유튜버들 간 갈등이 생기는 상황으로 인해 업무적으로는 곤혹스러운 일이 빈번하다"면서도 "외부 행사 같은 경우에는 그분들이 일반 시민처럼 다가오시니까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현장에 가면 강성 지지 유튜버만 오는 게 아니고 반대 유튜버들도 온다. 최근에는 한 반대 유튜버가 크게 확성기를 틀고 '날도 추운데 나왔다가 뇌졸중으로 다 죽어라' 이런 얘기를 생방송으로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장단점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공보국 관계자는 "유튜브가 사회에 정착되고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라 정당의 시스템이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체계들은 아직 없다"면서도 "유튜버들도 저희 지지자들이고 당원이기도 하고 이런 분들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한 정당의 관계자들과 달리 지역구 후보들은 유세 현장에서 만나는 유튜버들을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 정당의 대표들이 지역구를 방문할 때마다 수십명의 유튜버들이 모인다. 일부 유튜버들은 당대표와 지역구 후보들의 이름을 외치거나, 구호를 외치며 현장의 분위기를 휘어잡기도 한다. 현장에 오지 않아도 뜨거운 열기가 전국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손해볼 것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지역구 후보자들은 유튜버들의 급작스러운 인터뷰 요청도 흔쾌히 응하고 있다. 오히려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본인들과 정당을 지지하고 옹호해 주는 유튜버들이 유세 현장에 많을수록 이득이다.
이렇게 현장 상황을 생중계로 전달하는 유튜버들은 정치 현장에 깊숙히 자리를 잡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현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유튜브로 정치에 대한 뉴스와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발생되는 극단적인 진영 양극화와 확증편향에 대한 문제점들은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어 왔고 이제는 일상적인 상황이 된 것 같다"며 "총선이나 대선 등 특정한 이슈가 불거지게 되면 가짜 뉴스나 허위 조작 정보를 쉽게 내보낼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유튜버들이 과거처럼 그냥 단순하게 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런 양극화된 현상들을 조금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또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 자극적인 생중계를 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들은 그런 자극적인 영상들이 올라오거나 이슈가 되면 그걸 알고리즘을 적용시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도 꼬집었다.
유튜브는 사용자의 성향과 관심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있다. 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참여도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견해와 들어맞는 정보만 보여준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현상을 '필터 버블'이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필터 버블'에 빠져들게 되면 '에코 체임버'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에코 체임버 현상'이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동의하는 의견이 메아리처럼 반복되면서 점점 더 그 의견이 고착화되는 정보 환경을 말한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동안 이런 두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편향된 정보에만 노출되고, 그렇게 습득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기존 지식과 다른 정보는 무조건 가짜 뉴스로 치부하게 되는 '확증편향적' 사고에 빠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관심이 없지만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접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생략되면 사회가 양분화되거나 파편화될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생중계 유튜버들의 활동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많은 문제점들 중 거의 모든 것들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을 생중계로 전달하는 유튜버들의 경우 대부분 강성 지지층의 '1인 유튜버'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거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종합적으로 객관적인 내용을 전달할 시스템이 없다. 오로지 개인의 주장과 생각에 기반한 편향적인 정보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또 이런 편향적인 목소리들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편집 없이 적나라하게 퍼져나가게 된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나 허위사실, 폭언, 비방, 조롱 등 정제되지 않은 자극적인 언어폭력들이 난무하는 현장의 상황들이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
유세 현장을 찾는 생중계 유튜버들은 진영별로 최소 30여 명 이상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중 구독자가 100명인 채널도 있고 50만 명이 넘는 채널도 있다. 단순한 계산 만으로도 매일 최소 수백만 명의 유튜브 이용자들이 이런 편향적인 정보들에 노출되어 있다.
수익을 위한 것이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의 응원을 위한 것이든 생중계 유튜버들의 의도와는 달리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더 심화시키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정당에서도 공식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시사·정치 유튜브 채널과 협력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정치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채널도 많다. 유튜브는 이제 우리의 생활 속 깊이 들어와있다. 세상만사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선호도 조사에서 유튜버가 1위에 자주 오르내리는 세상이다.
정치 현장의 유튜버들이 긍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자정도 필요하다. 또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적절한 콘텐츠 규제와 국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가 주는 메시지를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식적 역량)'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한 해결책으로 언급하고 있다.
정현선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소장은 "허위 정보의 범람과 확증편향에 의한 정보 수용, 허구와 사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정보기술은 개인의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매체가 의사소통에서 하는 역할을 이해하고 매체 텍스트의 의미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쇼핑을 해도 다양한 곳의 가격을 비교하고 최저가를 고른다. 정치에 대한 정보도 여기저기 비교해 보고 좋을 것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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