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 노정현 진보당 후보 동행취재
"'윤석열정권 심판' 국민 뜻 받든 야권 단일후보"
[더팩트ㅣ부산=조성은 기자] "이 공원에 원래 화장실이 없었어요.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많았는데 구청에서 안 된다고 했거든요. 진보당과 연제구 시민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화장실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공원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던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공원 내 공중화장실을 가리키며 지나가듯 말했다. 아파트 단지를 마주하고 뒤로는 주택과 각종 상점이 즐비한, 주택가 어디에나 드문드문 있을 법한 평범한 작은 공원이었다. 소위 '큰일을 하는 분'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을 곳. 노 후보는 그만큼 연제구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살피며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팩트>가 4일 연제구 연동시장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인사 중인 노 후보를 만났다. 야권 단일후보인 노 후보 캠프는 정당의 상징인 빨간색이 아닌 밝은 파란색을 사용한다. 덕분에 빨간색을 사용하는 보수정당과 구별하기 쉽다. 오가는 주민에게 인사를 전하는 노 후보의 등에는 '민주당·진보당 단일후보 노정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노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부산 연제의 야권단일후보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이번 총선에서 연대하기로 하며 지역구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노 후보는 민주당의 이성문 전 연제구청장을 상대로 경선에서 승리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노 후보는 <더팩트>와 만나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권 심판 선거"라며 "무능하고 독선적인 윤석열정권의 국정기조를 바꿔 달라는 우리 국민들의 열망이 12년 만에 야권 연대를 성사시켰고 노정현을 야권 단일 후보로 만들어내는 이변을 만들어내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뜻대로 우리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한길로 내달리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노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유세현장을 지켜보던 한 80대 남성은 "국민의힘 지지자"라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노 후보가 구의원 때 일을 많이 했다. 동네에서 자주 봤다. 이것저것 많이 하더라"며 "이번에는 국민의힘을 뽑고 싶지 않다. 투표 안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소상공인은 매출이 나지 않아서 오늘 닫을까 내일 닫을까 폐업 날짜만 살피고 있습니다. 이럴 때 국가가 나서서 서민 지원을 확대하고 소상공인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정권은 예산의 빗장을 걸어 잠갔습니다.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고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다시 서민 지원을 빼앗습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까지 삭감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반(反)서민 반(反)민생' 윤석열정권을 멈춰 세우겠습니다."
이어 노 후보는 인근 한들공원으로 향했다. 중년 이상의 시민들은 운동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낯선 색깔에 어색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70대 여성이 "민주당이냐"고 묻기도 했다.
한 50대 남성이 노 후보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는 노 후보에게 지역 현안을 이야기하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저는 서울 출신"이라며 "연제는 한 번 빼고 보수정당이 독식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야권 단일화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지금은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꽤 많은 시민이 노 후보를 알아봤다. 노 후보는 지난 2010·2014년 두 차례 연제구의원을 지냈다. 진보정당에서는 유일하다. 구의원 시절 참 열심히 했다. 2018년 낙선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시국이던 지난 2021년 연제구 주민 200여 명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주민대회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노 후보는 2020년 연제구의 순세계잉여금이 42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노 후보와 주민들은 연제구청에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당시 연제구청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노 후보는 주민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며 열흘간 단식농성을 벌였고 연제구청은 결국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공원을 지나 노 후보는 아파트 단지 앞으로 이동했다.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무리가 노 후보를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아이를 동반한 30~40대 여성도 꽤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노 후보의 명함을 받으며 "정치를 좀 바꿔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은 노 후보에게 음료를 건네며 "힘 내시라"고 응원했다.
노 후보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체감하는 민심을 전했다. 그는 "부산이 원래 '미워도 다시 한번', '우리는 보수' 이런 정서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바꿔야 한다', '혼내줘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대로 투표해 주고 당선시켜 주니까 대통령도 저 모양으로 국민을 무시한다는 여론이 많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은 노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2일 연제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6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무선 100%) 가상번호를 활용해 무선 자동응답(ARS)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결과 김 후보 37.5%, 노 후보 56.7%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노 후보는 상대인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 "지역을 8년간 비웠던 후보"라며 "저는 20년간 지역을 단 한 해도 비우지 않고 주민과 동고동락하며 주민의 뜻을 모으고 주민과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강조했다.
"저는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국민의 열망, 국민의 뜻을 받든 후보입니다. 상대 후보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죠. 상대 후보는 정부가 실정을 해도, 무능하고 독선적으로 임해도 '셀프 입틀막'하고 눈치만 볼 수밖에 없는 후보입니다."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밝은 파란색의 노 후보 유세차가 왔다. 다시 유세차에 오를 시간이었다. 유세에 앞서 밝은 파란 옷을 입은 20대 자원봉사자들이 춤을 추며 흥을 돋궜다. 위화감이 들었다. 보통의 선거캠프에서는 20대 자원봉사자를 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이 많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캠프 관계자는 "노 후보를 돕겠다고 나선 대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후보의 핵심 공약은 청년 공약이다. 노 후보가 항상 그래왔듯 청년 100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만든 공약이다. 그는 "청년들이 1순위로 꼽은 게 주거 문제"라며 "청년들의 주거급여를 기본급여로 해 누구에게나 지급해서 월세 부담이 10만 원을 넘지 않게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을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도 그가 내놓는 약속이다. 노 후보는 "2조 원이면 가능한 정책"이라며 "지금 피해자가 희생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의 정치참여를 늘리기 위한 할당제도 공약 중 하나다. 노 후보의 청년 공약에는 그의 소신이기도 한 '직접 참여'가 그대로 녹아있다.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그걸 숙의 토론을 거친 뒤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만든 공약입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내놓은 청년 공약은 청년들의 이야기가 아닌,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였죠. 55세 이상 양복쟁이 남성들이 '청년을 위한다'고 들러리 세우며 '청년정치'라고 했습니다. 제 공약은 청년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떤 법과 제도를 만들고 싶은지 대화를 통해 만든 정책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청년정책입니다. 청년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내서 청년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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