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타고 날고 또 타고 걷고...재외국민 '한 표'를 위해
[더팩트ㅣ박숙현·이철영·조채원 기자] 재외국민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발걸음은 멀고도 험하다. 몇 km부터 수천 km를 이동해야 한다. 버스와 택시는 기본이고 기차, 비행기, 배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야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115개국 220개 투표소를 설치했다. 투표 기간은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6일. 선관위에 따르면 재외국민 투표율 62.8%였다. 왕복 1600km, 한 교민이 이동한 거리로 서울 거주자가 부산으로 가 투표하고 돌아오는 거리의 두 배에 달한다. 재외국민에게 한 표 행사가 가지는 의미는 그래서 더욱 값지고 62.8%라는 투표율은 더 특별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더팩트>는 6일간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 참여한 교민들로부터 투표소 가는 길을 전해 들었다. 투표에 참여한 교민들 대부분은 궂은 날씨에도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 중인 강동협 씨는 재외국민 투표 후 "비가 오는데도 많은 교민이 투표를 했다.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며 한 표의 의미를 이같이 부여했다. 또 독일에서 유튜버 활동 중인 정유라 씨는 "관심을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다"며 "멀리 있더라도 나라에 관심이 있다. 좋은 리더들이 뽑힐 수 있게 모두 투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서는 선거일 60일 전까지 공관에 재외 선거인 등록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재외국민 선거인 등록한 교민들 대부분은 이 과정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재외국민 대다수가 선거인 등록을 하지 않는 데는 투표소와의 물리적 거리로 포기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재외 국민 총 197만4375명 중 선거인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인원이 14만7989명으로 7.5%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프랑스에 거주 중인 이 씨는 "재외선거 사전 신고는 인터넷으로 할 수 있어 편했다"며 "프랑스도 한국 교민이 적지 않은 만큼 다른 거점도시에서도 투표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등에 거주 중인 교민들도 대체도 비슷했다.
재외국민 투표를 한 교민들 대다수는 투표소 확대와 우편․온라인 투표 도입 그리고 투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투표를 포기한 재외국민들 역시 같은 불만을 드러냈다.
유럽 교민들은 "이번 재외국민 투표 기간이 부활절 휴가 기간"이라며 "대체로 많은 교민들이 여행을 간다. 이를 고려할 때 재외국민 투표 기간을 늘리거나 방법을 다양하게 한다면 고국을 사랑하는 많은 교민들이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외국민 투표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캐나다와 인도네시아 교민들도 "투표소가 너무 멀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투표소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투표일이 휴일이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아 투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투표소를 가려면 버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또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생업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교민 역시 "편도 3시간 거리에 투표소가 있다. 캐나다에서는 그나마 가까운 거리"라며 "거리가 너무 멀어서 투표 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 교민은 "사실 재외국민 투표는 웬만한 열정으론 가기 힘들다. 국내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재외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좀 더 모색했으면 좋겠다"면서 "재외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시간 등을 아끼면서 투표율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다음 선거까지는 꼭 좀 개선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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