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민주당 대전 서구을 후보 동행취재
"야당 탄압 몰두 尹정권, 압도적 심판 필요"
"충청판 실리콘밸리 만들겠다"
[더팩트ㅣ대전=김세정 기자] 판사 출신 3선 의원이자 전직 법무부 장관. 4.10 총선 대전 서구을에 출마하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화려한 수식어를 갖고 있다. 정치적으로 탄탄대로만 걸어왔을 것만 같은 이력과 달리 실제 박 후보는 숱한 좌절을 겪었다. 서구을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던 2004년에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후 출마 포기, 낙선까지 수년간 쓴맛만 보다 2012년에야 국회의원 배지를 처음 달았다. 서구을은 박 후보의 희로애락이 스며든 정치적 고향이다. 1일 오후 <더팩트>는 4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를 만나 유세현장을 동행했다.
서구을은 1993년 대전 엑스포를 기점으로 개발된 둔산신도시를 기반으로 한다. 대전정부청사를 비롯해 대전시청, 대전지방법원, 대전지방검찰청, 교육청 등이 있는 대전의 중심지다. 행정기관을 주변으로 네모반듯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도로가 십자로 교차하면서 블록마다 사거리가 있다. 박 후보는 지역구 곳곳에 위치한 사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만난다. 이날은 갈마동과 둔산동의 경계인 경성큰마을네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시작했고, 점심 무렵엔 정부청사 인근을 찾았다. 숨돌릴 틈도 없다. 오후엔 사무실로 돌아와 지역구 공인중개사들과 간호사들을 연이어 만났다.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들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오후 3시, 차담회가 끝나자마자 박 후보는 파란색 머플러를 두르고 사무실을 나섰다. 주변 상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박 후보는 절실한 마음으로 유권자들을 만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개인의 4선 도전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다. 정권 심판의 표심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선거운동을 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늘 야당 탓만 하고, 야당 탄압에만 몰두했다. 압도적 심판을 해야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수 있다. 그래야만 폭망한 경제, 파탄 난 민생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2시간 뒤 박 후보는 저녁 집중유세를 위해 크로바네거리에 도착했다. 대단지 아파트 주변으로 가게가 밀집하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유세차량에 오른 박 후보는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신기하게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박 후보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2016년 청문회 당시 박 후보가 갑작스레 웃음을 터뜨려 크게 화제 됐던 영상이 최근 쇼츠 바람에 힘입어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아이들의 셀카 요청에 박 후보의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창문을 내리고 박 후보를 응원하는 차량이 여러 대 지나가기도 했다. 지나가던 한 남성은 "꼭 당선돼야 한다"며 박 후보를 꼭 안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번 총선 유세에서 이같은 격려를 더욱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에는 민주당이 집권당으로 총선에서 대승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가 있었고, 국난 극복 차원에서 코로나 대처를 잘한 문재인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분위기였다"라며 "아무래도 국정 안정을 지지하는 것이다 보니 조용하게 지지했다면 지금은 경적을 울리거나 운전하면서 손을 흔드는 적극적 지지가 눈에 띈다. 2년간 말 그대로 정부가 폭주와 무능을 보여줬기에 심판 의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강점으로 '탄탄한 경험'을 내세운다. 그는 "입법·사법·행정 3부를 다 경험한 사람이고, 3선 의원에 법무부 장관까지 했기 때문에 여러 국정 현안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타가 평가한다. 충청의 여러 현안을 제가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국회 세종 완전 이전 정책에 대해서는 헌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는 "국회 전부 이전은 행정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것이다.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을 들어 결정을 내렸던 것과 이론적으로 상치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헌법을 개정하는 일에 한 위원장이 찬성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저녁 유세를 마친 박 후보는 선거운동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다시 상가로 향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겨를이 없다. 가파르게 오른 채소 가격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박 후보는 전했다.
'민생전략가'라는 타이틀을 내건 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꼭 승리해 '충청판 실리콘밸리'를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을 중심으로 세종, 오송을 잇는 골든트라이앵글을 형성해 벤처 스타트업 단지를 만들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는 "저는 재건축이 제1의 민생 의제는 아니라고 본다.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서구을의 교육열이 높고, 우수한 인재들이 있는 곳이다. 첨단지식산업단지를 통해 청년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고, 지역에서 자신들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진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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