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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각 '탈당·내각 총사퇴' 요구…尹 '리더십 타격' 불가피 

  • 정치 | 2024-04-02 15:32

與 '대통령실과 거리 두기' 기류
총선 후 당정 주도권 다툼 전초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693일째 만에 여당 인사로부터 공개적으로 탈당 요구를 받았다. 지난 2024년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693일째 만에 여당 인사로부터 공개적으로 탈당 요구를 받았다. 지난 2024년 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693일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여권 인사로부터 공개 탈당 요구를 받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22대 총선이 약 일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정권심판론' 바람에 휘청이는 여당 후보들 중심으로 윤 대통령 공개 사과, 내각 총사퇴에 이어 탈당 요구까지 나온 것이다. 총선 패배 우려에서 나온 격한 반응임을 감안하더라도 '집권 3년 차' 윤 대통령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선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해 성토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탈당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전날(1일)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대통령은 이 나라 최고의 정치 지도자다. 정치 지도자라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최고의 책무"라며 "저는 이제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라"고 강한 수위로 비판했다.

현역 의원들의 국정 쇄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함 의원의 탈당 요구가 있던 날 '재선'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 의원은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운영에 있어 국민들에게 아직도 고집 센 검사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모습으로 더 이상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대한 사과와 내각 총사퇴까지도 고려한 쇄신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3선' 조해진 의원(경남 김해을) 의원은 그보다 앞서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시국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에 "국민을 실망하게 한 것을 사과하고,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입을 모아 "대통령 탓할 생각으로 선거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자중을 촉구했다. 이들 모두 여당 열세 지역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로, 정권심판론 바람이 거세지자 총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나온 과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탈당 요구' 당사자인 함 후보도 하루 만에 탈당 요구를 철회하면서 사태는 가라앉는 모습이다. 함 후보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정권 심판론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는 우려 속에,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에선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다고 판단해 탈당을 요구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함 후보는 "진취적인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를 견인해서 끌고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걸 선택할 건지를 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자유로운 국정 운영에 전념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권심판론이 굳어진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탈당 등으로 대통령실과는 거리를 두고 당이 주도권을 잡고 가야 총선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함 후보는 대통령실이 '증원 규모'를 포함해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했다고 공식화하면서 탈당 요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 미흡에 대한 아쉬움은 거듭 드러냈다. 함 후보는 "(당과 대통령실이) 지금 국면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 당의 민심 전달 요구를 잘 안 받아들인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지도부도 대통령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유세에서 "우리 정부가 여러분의 눈높이에 부족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책임이 저한테 있지는 않지 않으냐"며 "저희에게 기회를 한번 달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충남 유세에선 "우리 정부가 그동안 해온 일을 생각해 달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설명하고 "잘못이 있고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고 전날과 다른 메시지를 냈다.

대통령실은 여권 일각에서의 탈당, 내각 총사퇴 요구 등은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절실함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보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료개혁을 포함해 '강경 기조'로 국정운영이 경색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원칙을 세우면서도 유연하게 대응해 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내부에서의 공개적인 탈당 및 내각 총사퇴, 사과 요구 등은 윤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 상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당 내부에서의 공개적인 탈당 및 내각 총사퇴, 사과 요구 등은 윤 대통령의 당내 장악력 상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 탈당 요구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총선 후 당정 간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신 변호사는 최근 4·10 총선 후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왔다. 신 변호사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함 후보)가 왜 갑자기 윤 대통령의 탈당을 들고나온 것인가? 해답은 단 하나에 귀일한다. 총선 후를 내다보는 것"이라며 "총선 후에 필연적으로 벌어질 당권경쟁에서 윤 대통령이 패장인 한 위원장을 밀어줄 여지가 별로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빠지면 되지 않을까, 그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후보들이 다급하고 상당히 화가 난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거 막판에 대통령에게 고강도의 공격적인 발언을 쏟는 것은 지지층 결집 효과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중도층이 도망갈 수 있다. 강경 발언은 내부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국면에서 여권 일각의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는 오히려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총선 승리를 위한 메시지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탈당 등 요구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권위나 리더십이 당연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총선 이후 내부 분열이나 공격적인 움직임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부 구심점과 (대통령의) 여권 내부에서의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의료 대란 수습 방법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 특히 여권 내부에서 구심점 역할을 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심력이 생겨버리면 걷잡을 수 없다. 내부 단결에 총력을 경주하는 유일한 방법은 민생 행보를 더 절실하고 적극적으로 보이는 것뿐"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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