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취소 이튿날 청주 육거리시장 지역 민심 탐방
캠프, 침통한 분위기..."질문 받기 어렵다"
[더팩트ㅣ청주=이철영·김정수 기자] '돈봉투 의혹'을 받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5선·청주시 상당구)의 공천 취소 소식에 지역 유권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로 이름난 지역이지만 의외로 거침없는 평가가 이어졌다. 6선 고지를 눈앞에 둔 충북 맹주의 중도 낙마 사유가 돈봉투 의혹이라는 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듯했다.
개소식 당시 문전성시를 이뤄 큰 주목을 받았던 정 의원 캠프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캠프를 찾는 발걸음은 뜸했고, 관계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접객실에 설치된 총선 디데이(D-Day) 안내판을 제외하고는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당사자인 정 의원은 자택에 머물며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실망스럽다는 지역 민심...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 의원에 대한 공천 철회 결정 이튿날인 지난 15일 청주 육거리시장은 전국 5대 재래시장의 위용을 자랑하듯 이른 오후부터 시끌벅적했다. 골목길과 모퉁이 끝자락까지 이어진 방문객들의 행렬 속에 상인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정 의원에 대한 불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생활용품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정 의원의 돈봉투 의혹에 대해 "주민들은 많이 실망했다. 여기 장사하면서 정 의원을 여러 번 봤었는데 그럴 줄은 몰랐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깊숙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떠들면 완전히 힘들다"면서도 "대부분 실망했을 거다. 나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말들이 다르긴 한데, 대체적으로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농산물 판매를 하고 있는 B 씨는 정 의원 논란과 관련해 "관심이 없다"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많이 (출마)해서 난 이번에는 안 나왔으면 했다"고 넌지시 귀띔했다. 그는 "요즘 세상이 덮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다"라며 "여기 지역은 정우택이 나오면 또 되는 건데, 그만 하라는 건가보다"라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정 의원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잡화점에서 일하는 C 씨는 "선거 때만 나타나는 분이라 조금 실망스러웠는데 또 그런 게 나오니까"라며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손짓을 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D 씨는 "잘못이 있으면 그렇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정 의원이 지역구에서) 하기도 오래 했고 이제는 젊은 사람들한테 물려줄 때가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과 관련된 논란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농산물 판매를 하고 있는 E 씨는 "(정치생명을) 걸 만큼 돈은 아니었던 것 같다"라며 "(경선에서) 이겨서 인기는 있는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F 씨 또한 "누구는 받았다고 하고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헷갈린다"라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한다. (돈봉투를 받은 게) 아니라면 무척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G 씨는 정 의원의 공천을 취소한 당의 결정이 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런 상황이라면 (공천 취소가) 차라리 잘 된 것 같다"라며 "그게 빌미가 돼서 나중에 더 문제가 되기 전에 (당에서) 정리했다는 건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휑한 캠프 사무실' 어두운 기색 역력...정우택, 자택서 장고
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굳게 닫혀 있었다. 대신 '국회의원 정우택 사무실을 찾아오신 분께서는 4월 10일 선거일까지 선거캠프로 오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9일 청주시 상당구 방서동 소재 한 건물에서 '정답캠프' 개소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당시만 하더라도 정 의원 캠프는 인파로 가득했지만 공천 취소 여파 탓에 이전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더팩트>가 정 의원 캠프를 방문했을 때 접객실에는 안내 사무원 1명뿐이었다. 책상과 의자, 다과와 음료 등이 가지런하게 준비돼 있었지만 방문객은 없었다. 캠프를 둘러보고 나설 때쯤 3명의 방문객이 전부였다. 접객실 곳곳에는 정 의원의 사진과 총선 공약, 총선 디데이(D-Day) 안내판이 게재돼 있었고, 접객실 옆 캠프 사무실에서는 관계자들이 다소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캠프 관계자는 상황을 이해해달라며 정 의원의 거취 등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자택에 머물며 거취 등과 관련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정 의원은 지난 15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취소 결정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정 의원은 "당의 경선 투표에서 수만 수천 지역주민과 당원들의 선택을 받아 승리한 후보를 정치공작에 의한 의혹만을 가지고 후보 취소 결정까지 이르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며 "진실은 결국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지만 억울하고 무고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의 출마 지역인 상당구 지역 여당 시·도의원 8명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심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에 대한 여론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경선을 거쳐 시민과 당원의 손으로 세운 후보를 석연치 않은 의혹만으로 공천 취소를 결정한 것은 청주 시민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만일 당 지도부가 철회·재고하지 않는다면 저희 모두 잠시 당을 떠나서라도 정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2022년 10월 지역 사업가에게 돈봉투를 받는 CCTV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정 의원은 영상 속 인물은 본인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CCTV 밖 장소에서 봉투를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 사업가가 이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반박했고, 보도 이후 정 의원 보좌관이 사업가를 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 의원에 대한 공천 취소 여부는 오는 1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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