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취소 잘했지만 박용진 아쉬워"
"친명 후보 싫어 국민의힘 뽑을 수도"
[더팩트ㅣ강북=조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한 다음 날인 15일, '민주당 텃밭' 서울 강북을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대체로 정 전 의원 공천 취소는 '잘했다'는 반응이지만 전략공천으로 새로운 후보를 내는 데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1일 민주당 강북을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재선)을 꺾고 본선에 진출했지만 '막말 파문'으로 국회의원 후보 지위를 박탈당했다. 민주당은 강북을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겠단 방침이지만 '차점자' 박 의원은 "전략선거구 지정 요건이 되는지 자체가 의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갑·을 두 개 선거구로 나눠져 있다. 현직 국회의원, 구청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박 의원이 현역인 '을 지역구'는 삼양동, 미아동, 송중동, 송천동, 삼각산동, 번3동이 해당한다. 을 지역구는 1996년 제 15대 총선 이후 민주당계 정당이 승리했을 만큼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강한데, 호남계 이주민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 때 강북 지역에서는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적게는 4.56%포인트(p), 많게는 11.83%p까지 더 앞섰다. 대선 3개월 후 '정권 안정론' 속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강북구을 지역에서 출마한 민주당 소속 시, 구의원 후보들은 전원 당선됐다.
◆"정봉주 공천 취소 잘했지만 박용진 탈락 아쉬워"
민주당 양지로 꼽히는 지역인 만큼 야당을 지지해왔다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정봉주 전 의원 공천 취소에 대해 '잘했다'는 반응과 박 의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삼양동에서 17년 간 컴퓨터 매장을 운영하는 A 씨(남·40대)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과거 발언이지만 정치인은 늘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공인"이라며 "공천 취소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박 의원을 더 지지하고 믿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며 "박 의원실에서 지역 재개발 이슈에서 주민들 편에 서 많은 도움을 줬는데 경선에서 탈락해 저를 포함 주변 상인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과거 '목발 경품' 발언으로 지뢰 피해 군인을 조롱했다는 비판과 가정폭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미아동에서 12년 간 피부미용실을 운영해 온 B 씨(여·40대)는 "누구나 말조심을 해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더욱 그래야 하는 위치"라며 "정 전 의원 본인의 잘못된 언행으로 생긴 결과니 공천 취소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이지 특정 인물을 지지하진 않는다'는 그는 "박 의원 탈락은 아쉽다"면서도 "다른 후보라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이번에도 민주당을 뽑겠다"고 했다.
◆"친명 후보 싫다…국민의힘 뽑을수도"
반면 '투표를 포기하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다. 미아동에서 20년째 노점을 운영하는 C 씨(남·70대)는 전날 뉴스를 통해 정 전 의원 공천 취소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 전 의원이 후보였으면 투표 아예 안 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민주당을 지지했다기보단 박 의원을 지지했다"며 "박 의원이 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이재명 대표가 '밉게 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번3동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D 씨(여·30대)도 "박 의원이 하위 10%에 포함돼 '30% 감점 페널티'를 받은 것부터 차점자가 있는데 전략공천을 한다는 것까지, 경선 과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강북을 국회의원 뽑는 선거인데 강북구민들은 완전히 배제됐고 특정 세력을 위한 공천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투표일까지 고민하겠지만 누구에게도 투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강북구민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도 있었다. 미아동에서 18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다는 E 씨(남·60대)는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강북을 후보로 전략공천 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를 봤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이 대표가 아닌 이 지역을 위해 일할 사람, 강북지역에 대해 잘 알거나 연고가 있는 사람이어야 납득할 수 있다"며 "친명 후보 오면 차라리 이 지역 출신인 여당 후보를 뽑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다"고 강조했다.
강북구는 서울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인 만큼 '지역 개발', '상가 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총선에 별 관심 없다', '잘 모른다'며 답을 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지역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답을 이끌어내는 데도 애를 먹었을 정도다. 대부분 "그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지금 정치행태가 한심하고 실망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송천동 한 카페에서 만난 F 씨(여·60대)는 "선거 때 보면 다들 잘난 분들이고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여야 누구든 당선되고 나선 서로 헐뜯기 바쁜 모습"이라고 말했다. 미아동에 거주한다는 그는 "같은 동네 사는 딸이 경제적으로 힘들어 둘째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하더라"며 "먹고 살기가 너무 어렵다는 서민들 목소리는 높으신 분들한테 전혀 닿지 않는 것 같아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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