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종섭 특검법' 발의…'윗선 개입 의혹' 총공세
대통령실·與 "野 특검 남발 소모적"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들이 22대 총선 변수로 급부상한 형국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정부 도움으로 출국금지 조치에서 벗어나 주호주대사에 부임하면서 인사권자인 대통령 책임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야권은 '이종섭 특별검사(특검) 법안'을 당론 발의하고,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총선용 늑장 문제 제기"라고 정면 반박했지만, 대통령의 '독선·불공정'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합 선대위를 꾸려 '비명횡사' 공천 잡음을 가까스로 봉합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종섭 사태'에 당력을 총동원해 공세를 퍼붓는 양상이다. 이 전 장관은 수사 외압 의혹이 대통령실과 연관됐는지 연결고리가 되는 핵심 인물인데, 대통령실과 정부가 이 전 장관을 특임공관장으로 임명해 '계획성 도피'를 도왔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이 입장을 번복하기 전 대통령실로 추정되는 번호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이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파악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2일 이 전 장관의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히는 목적의 '이종섭 특검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특검법에는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 과정 전반을 살펴보기 위해 대통령실과 법무부, 외교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종섭 사태'는 지난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했다. 특히 당시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는데,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이 결재했다가 이튿날 번복한 뒤, 사건 경철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단장이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하면서 윗선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은 이 전 장관 탄핵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10월 국방부 장관에서 물러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신임 주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 상황이 급전개됐다. 공수처가 지난 1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한 상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소환해 4시간의 약식조사를 마치자 법무부는 출국금지를 곧바로 해제, 이 전 장관은 임명 6일 만인 10일 호주로 출국할 수 있었다. 핵심 피의자의 대사 임명과 출국으로 대통령실 수사 개입 의혹뿐만 아니라 '계획성 도피'라는 새로운 논란이 생긴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야당의 특검법 발의와 공세가 '총선용'이라고 보고 호응하지 않겠다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고발 이후 6개월 동안 이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야당에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서 출국했다는 것(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종섭 특검법' 발의에 대해선 "공수처가 민주당에서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 해서 출범한 건데 이제는 그 공수처를 믿지 못해서 특검하자는 건가. 굉장히 아이러니"라고 꼬집으며, "검찰, 경찰 수사 결과가 본인들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다고 해서 번번이 특검을 남발하는 것은 여러모로 소모적이이고 낭비적"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났을 때,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을 때 제한적으로 보충적으로 쓰는 수단"이라며 '이종섭 특검법' 추진에 대해 "정치적으로 선거에 악용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실 또 다른 관계자도 "야당에서 일부러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 저쪽(야당)에 반응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했다.
야당은 외압 논란과 별개로,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는 피의자를 우방국 대사로 임명한 것 자체가 '외교 결례'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호주가 인도·태평양 전략상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는 점을 고려해 국방장관 출신의 중량감 인물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도 이날 이 전 장관에 대해 "추가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가 외교 사절 임무를 원활히 수행하겠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주 공영언론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은 이날(현지시간)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corruption probe)에도 호주 입국"라는 제목으로 채 상병 의혹과 이 전 장관 출국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일련의 '이종섭 사태'가 중도층과 2030 청년층에 소구력 있는 이슈인 만큼 총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여야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변수가 총선 판세를 바꿀 수 있다. 대통령은 공정과 법치를 얘기해왔는데 군에서 이를 숨기려 한 행태 자체가 중도층 표심을 움직이는 데 결정타가 될 것"이라며 "총선 최대 이슈로 부상 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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