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재명 사법리스크 '노림수'…이재명 "대통령과 대화 먼저"
이준석, 한동훈 끌어 존재감 '부각'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한 데 이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까지 동참의 뜻을 밝혔다. 총선을 30여일 앞둔 상황에서 여야 각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야 대표간 토론의 불씨를 지핀 쪽은 한 위원장이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은 공지를 통해 여러 방송사로부터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1대1 토론요청이 있었다며 '한 위원장은 토론에 응하겠다는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과 5일에는 한 위원장이 직접 "이 대표가 토론 잘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고, 민주당도 자평해왔지 않나. 피할 이유가 없다"라며 "민의를 두고 경쟁하는 총선 국면으로 당연히 저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토론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거대 양당의 총선을 이끄는 대표끼리 다양한 주제로 토론해 국민의 선택을 받자는 논리다. 국민의힘 관계자 <더팩트>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두 정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국민 앞에 소상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사회, 국방, 외교, 경제, 도덕성 등으로 나눠 국민들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들을 망라하는 토론이 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위원장의 노림수는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통상 유권자의 표심이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 비전에 앞서 도덕성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토론이 성사될 경우 한 위원장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유서를 통해 그의 범죄사실 요지를 조목조목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약점을 세세하게 인지하고 있는 만큼 생방송 토론회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친명(친이재명)횡재 비명(비이재명)횡사' 논란도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친명계 전략공천에 따른 비명계 좌절이 거듭되면서 탈당 후폭풍이 감지되는 것과 관련해 한 위원장이 이 대표 리더십을 실시간으로 저격할 것이란 관측이다. 동시에 한 위원장은 여당 공천이 민주당 공천에 비해 잡음이 적다는 점을 거론하며 형평성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의 공개 토론 제안에 대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대화가 먼저"라고 거부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대통령이 취임하고 제가 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 국정을 놓고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만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이 제1야당 대표라는 점을 내세우며 대통령과의 대화가 전제돼야 한 위원장과도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끌어들인 건 민주당의 총선 슬로건인 '윤석열 정부 심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의 상대는 단순히 여당이 아니라 윤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총선 전선'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거부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선 토론 주제에 제한이 없는 만큼 이 대표의 토론 거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을 지낸 이 대표가 외교, 안보, 경제, 민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검사 출신인 한 위원장을 상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토론을 요구하며 '여야 공개 토론 공방'에 합류했다. 이 대표의 토론 제안은 침체기에 빠진 개혁신당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과의 토론 성사 여부를 떠나 여론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토론을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이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한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저를) 무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한 위원장이 (저에게) 토론한다고 그러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 위원장을 겨냥해 "센 타자라 그러는데 방망이 절대 안 잡는 타자가 하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한 위원장에게 토론을 제안하기 전날 경기 화성을 출마 선언에서 "경기 남부에 진심을 다해 선거를 치러볼 생각이 있다면 한 위원장이 나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여론 결집을 위해 각자의 유불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격을 야당 대표와 동급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이고, 이 대표의 진부한 이미지와 차별화에 나설 수 있는 화법으로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 부담이 있기에 '잘해야 본전'으로 자신의 상대는 윤 대통령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는 한 위원장을 통해 당 지지율 반등과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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