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토지규제 대폭 완화 발표
野 "부동산 투기·환경파괴 우려"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울산을 찾아 대표적인 토지 규제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와 농지규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개발이 전면 금지됐던 '환경평가 1·2등급지'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를 조건부로 허용하고,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도 총량 제한 없이 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고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지만 마구잡이식 난개발과 환경 파괴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울산시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3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그린벨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린벨트는) 그간 질서 있고 효율적인 개발을 이끌어내는데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방에 일자리를 만들고 활력을 불어넣을 첨단 산업단지를 세우려 해도 그린벨트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1971년 그린벨트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달라진 지역 특성과 환경 보전 기술의 발전 등을 반영해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 규제를 합리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우선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선정된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을 그린벨트 해제가능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지역별로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총량이 정해져 있어 지역 산업을 유치하려 할 때 그린벨트 해제 한도가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현재 지방에서 국가 주도로 추진하는 사업은 총량 규제에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는데, 적용 대상을 지자체 주도 사업으로까지 넓힌다는 것이다.
또 지금껏 개발이 전면 금지됐던 환경평가 1·2등급 그린벨트도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지방에 한해 그린벨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린벨트 대체지를 신규 지정해야 한다. 이같은 그린밸트 규제 완화 조치는 오는 5월 국토교통부 훈령 개정을 통해 늦어도 연내 시행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울산 지역에서 대대적인 그린벨트 해제가 예상된다. 울산은 전체 토지의 25%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고, 이중 81%가 환경평가 1·2등급이다. 윤 대통령은 "이곳 울주군에서 울산 시내로 가는 길목이 전부 그린벨트"라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울산이 그린벨트를 과감하게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각종 토지이용규제도 전수조사를 거쳐 대폭 손보겠다고 밝혔다. 토지이용규제란 정부와 지자체에서 수시로 도입하는 구역 단위 규제로, 현재 시행 중인 규제만 336개에 달한다. 그동안 과도한 토지이용규제가 국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가 규제 신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낡은 규제는 일몰제를 적용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다만 '토지이용규제기본법' 개정이 필요해 시행 시점은 미정이다.
또 농촌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지이용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수직농장을 설치하려면 농지전용이나 타용도 일시사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앞으로는 별도 제한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농지에 설치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또 3헥타르(㏊)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에도 지역 주민이나 인근 산업단지를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눈앞에 있어도 쓸 수 없었던 땅에 학교, 병원, 도서관을 지으면 주민들의 삶의 질과 후생이 높아지게 돼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의 토지 규제 완화 발표를 두고 환경 파괴와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무작정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각 권역의 도시계획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부동산 투기와 환경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린벨트 규제 해제는 신중하고 치밀한 정책적 접근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린벨트 대폭 해제 조치에 대해 "결과적으로 도시의 공간적 확산의 경계로서 도시 토지이용 질서를 제공하던 그린벨트 유지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지이용규제 신설 원칙적 금지 방침에 대해선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토지이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토지이용에 따른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민의 안전'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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