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갑, 변화 갈망하는 곳…성장 가능성 높아"
"통일 준비와 교육개혁 뒷받침이 정치적 목표"
[더팩트ㅣ동대문=박숙현 기자] 자유경제원 연구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운동,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혁신위원, 서울시의원, 대통령실 행정관. 화려한 이력만 보면 중년의 보수 정치인이 떠오르지만 주인공은 '1991년생'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그가 22대 총선 국민의힘 동대문갑 예비후보(이하 '후보')로 등장했다. 동대문갑은 최근 대통령선거, 지방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우세한 결과가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의원이 이곳에서 내리 3선을 할 만큼 격전지다. 당내에선 '3선'을 지낸 김영우 전 의원과 맞붙는다.
여 후보는 민주당 진영 아래에서 정체된 동대문갑에 새로운 보수 정치, 지역 개발의 청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출마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깊게 뿌리를 박고 있어서 여당이 격전지로 도전해야 하는 곳이 선택 기준이었다. 또 한편으로 동대문갑은 20대 유권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투표장으로 오게 하는 정치가 이제까지 안 된 것 같다"라며 "정치 신진 세력으로서 2030 유권자 마음을 조금 더 얻는 데 힘이 있지 않을까 싶어 결정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동대문갑에 대해 "청량리동을 중심으로 한 교통 단절이 심각하고 원도심으로 밀려났다"며 "변화를 갈망하는 지역"이라고 정의했다. 여 후보는 "성장 가능성이 진짜 높은 곳"이라며 "이곳으로 출마 지역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치 선배들은 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은 청량리나 제기동에 터를 잡았지만, 여 후보는 이문동에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보수 진영에 우호적이지 않은 유권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다. 대통령실을 나와 선거 준비를 하면서 골목 골목을 먼저 누볐다. 지역구의 조직, 직능단체 대표들을 먼저 만나오던 전통적인 선거운동과는 달랐다. 많은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지역구를 5번은 돌았다고 한다.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외대역 인근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여 후보는 "(예를 들어) 청년들과 함께 이 지역을 사랑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가는 식으로, 청년들에게 공감형 정치, 효능감의 정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탄공장 이전해 한국판 테이트모던 추진"
동대문은 서울시립대, 한국외대, 경희대가 모여 있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는 고려대가 위치한 대학 밀집 지역이다. 때문에 2030 청년층이 많지만 원룸촌, 술집만 늘어서 있을 뿐, '젊음의 공간' 이미지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여 후보는 대학 졸업 후 2030 세대들을 붙잡을 문화공간, 일자리공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동대문갑을 '문화 1번지'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에 마지막 남은 연탄공장을 이전하고 이곳에 '한국판 테이트모던'을 짓겠다는 것이다. 테이트모던은 영국 런던 뱅크사이드에 위치한 현대미술 전문 미술관이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해 미술관으로 바꾸면서 문화 명소로 되살아난,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선례로 꼽힌다.
여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은 유럽에서 태동한 도시재생에 대해 용어만 가져다 썼다. 많은 세금을 썼지만 지상철인 신이문역을 지날 때마다 바로 옆에 있는 집들이 흔들린다. 그런데 이 지역에 도시 재생을 한다고 벽화만 그리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 근무 당시) 영국 런던 순방 때 테이트모던을 갔다"며 "건물 자체가 예술 작품처럼 돼 런던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걸 보기 위해 찾는다. 결국 문화의 힘이 그 지역을 융성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 후보는 "청량리동에 빌딩 숲이 있고 이문동, 휘경동 등에 아파트가 재개발로 올라가고 있는데 성수동처럼 핫플(명소), 이 지역이 뜬다 발전한다는 느낌은 사실 주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 지역에 전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올 만한 문화시설, 문화 전시관이 하나 들어서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기업 등과 민관 협력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 후보는 또 동대문갑에 홍릉 연구단지가 있지만 대학가 인재를 품을 수 있는 기업 유치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회기역~신이문역까지의 1호선을 지하화한 부지에 문·이과 융합형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연구단지와 스타트업 단지를 조성해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동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주민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소극장과 평생교육시설도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여 후보는 "서부 지역에는 캠퍼스 타운이 형성돼 있는데 동부 쪽은 아직 그렇게 얘기가 없다. 홍릉 바이오 단지는 일반 주민들에겐 '대학생들만 혜택받는 거 아니냐'라며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며 "이 부지에 평생교육시설을 유치하는 것도 큰 비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동시장을 중심으로 소극장 문화시설 건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활기 넘치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 '교통'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현안이다. 여 후보는 청량리역이 과거 서울 교통의 요충지였지만 현재는 구도심으로 밀려 소외됐다고 진단했다. 이 일대 주민들이 강남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 수인분당선인데, 왕십리~청량리역 간 운행하는 전철의 배차 간격이 2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여 후보는 사실상 '정치적 공백 상태'로 이 문제가 방치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량리역과 왕십리역 간 수인분당선 선로 신설, 수인분당선 전동차 증차를 가장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 후보는 "교통 문제에 대해 뭘 하겠다 비전을 내세우는 것보다 주민들이 가장 애로사항으로 느끼고 있는 것을 해결하는 것부터 하겠다"라며 "발전 가능성에서 무한한 곳인데 사람이 오가는 핵심인 교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어렵다. 서울, 나아가서 수도권에 경제적 효과 창출 차원에서도 저는 이 문제를 설득할 자신이 충분히 있다"고 자신했다.
◆"보수가 오히려 유연...'한국 진보'는 구시대적 이념공동체"
여 후보는 대학생 때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택했던 소위 '진보'의 길과는 방향이 달랐다. 그는 문화·언론·시민사회·노동 권력이 모두 586 운동권 세대에 사로잡혔지만, 정작 '586 민주화 세대'가 제 역할을 못한 채 기득권이 됐다고 봤다. 이후 보수성향 대학생단체 한국대학생포럼 6기 회장으로 선출돼 국정교과서 찬성, 노동개혁 촉구, 전교조 반대 투쟁 등 활동을 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의 최연소 혁신위원으로 영입됐다. 이후에는 이념 투쟁보다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현실 정치에 집중했다. 서울시의원을 거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청년' 업무를 도맡았다.
여 후보가 생각하는 '보수', '진보'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보통 '진보'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며,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이 있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데,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민주주의를 참칭하는 586 구시대적 이념공동체이자 수구세력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반면 보수는 시민공동체의 유·무형적 자산을 잘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주고자 하는 세력"이라며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경제와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하며 국가안보와 치안 및 법치 지향'이라는 원칙은 있지만 그때그때 유연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 이념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발의하고 싶은 1호 법안은 뭔가'라는 물음에 여 후보는 "1호 법안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이 생기면 국민의 삶과 또 창의성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청년들의 창의를 좀 묶어놓는 규제 법안들을 찾아내서 폐지 법안을 많이 발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통일 준비와 교육 사다리 복원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 후보는 "첫 번째는 통일 준비다. 이제까지 대북 정책은 있었지만 통일 정책은 없었다"라며 "우리 다음 세대가 제대로 된 통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 세대적 소명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다음으로 교육이다. 교육은 느리지만 확실한 사회보장 제도"라며 "어느새 교육 사다리가 무너졌다. 특히 청소년들은 20살이 되면 사회에 내동댕이쳐진다. 정부와 말맞추고 최대한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 개혁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여명 국민의힘 동대문갑 예비후보는 누구? 여명 예비후보는 1991년생 만 33세로, 대학 재학 당시 한국대학생포럼 6기 회장으로 선출돼 활동했고, 2016년에는 자유기업원 연구원을 지냈다. 이어 정치계에 입문해 2017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을 거쳐 2018년 서울시의원 비례대표를 역임했다. 2021년 대선 당시 홍준표 캠프 대변인, 경선 이후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공동 청년본부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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