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논란'에 의전·경호 문제 지적만
대통령 집무실·국무회의실 등 직접 소개
"녹화 후 편집한 홍보용 영상"…시청률 8.6%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KBS와 가진 신년 대담에서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최대 관심사였던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논란, 당정 공천 갈등 사태 등 각종 현안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대일 대담 형식으로 핵심 사안에 대한 추가 질의가 어려워 논란에 대한 의문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담' 소통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기자회견 실시 등 향후 적극적인 소통에 대한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7일) 오후 10시 방영된 KBS 1TV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대통령실이 지난해 연말부터 다양한 대국민 소통 방안을 검토한 끝에 추진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한 번도 열지 않았고, 국내 언론 인터뷰도 지난해 조선일보와 한차례 가진 것에 불과해 '소통 갈증'이 컸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다수 기자들의 질문을 즉석에서 받는 신년 기자회견이나, 대통령이 약속한 기자단과의 '김치찌개 오찬'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을 고민했으나, 설 연휴를 앞두고 차분하게 올해 국정운영에 대해 대담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단독 녹화 대담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담은 지난 4일 사전 녹화 이후 편집을 거쳐 94분간 방송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담에서 미리 준비한 답변 자료나 프롬프터 없이 즉석에서, 진행을 맡은 KBS 박장범 앵커의 질의에 답했다. 하지만 약 1년만 6개월 만에 실시돼 기대를 모았던 언론 소통이 방식과 내용 면에서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정책에 대해선 '물가 안정을 위한 어떤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나', '정부가 대출 금리를 온라인에서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는데 추가로 나올 게 있나',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현상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등 진행자의 다소 단조로운 질문에 대해 윤 대통령이 이미 보도된 정책들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김 여사 '디올백 수수'에 대해서도 국민 의문을 제대로 해소할 만큼 질의응답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행자는 "최근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쪼만한 빽"이라고 먼저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장 먼저 사람들이 했다"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서초동 사저에 머물며 외부인 출입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미 교포 목사인 최재영 씨가 김 여사 부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만남을 시도했고 이를 김 여사가 뿌리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라며 3초 정도 말을 멈췄다가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답했다.
반면 야권은 김 여사가 명품파우치를 받은 사실 자체에 주목하며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혐의로 김 여사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또 대통령실과 여권이 김 여사 디올백 의혹에 대해 "(해당 가방이)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보관된다"고 한 해명도 추가로 논란이 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선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이 방송장악 본보기로 점령한 KBS를 통해 녹화 후 편집한 홍보용 영상을 내보낸 것은 오히려 국민과 괴리된 불통만 확인된 시간이었다"라며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자유로운 질문과 진실한 답변이 아닌 변명으로 넘어가고자 해 오히려 분노만 키웠다"라고 혹평했다.
이번 대담에서는 이전과 달리 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실을 소개하는 장면들도 중간에 삽입됐다.
먼저 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실 입구로 나가 취재진을 맞이했다. 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했던 자리를 소개하며 "출근길에 젊은 기자들을 만나는 게 아주 즐거운 일이었지만, 각 부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대통령과 국민 사이 메시지 소통에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비판 여론이 있어 도어스테핑을 일단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언론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종종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 내부 집무실과 국무회의장을 직접 안내했다. 박 앵커에게 대통령 의자에 앉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집무실에 놓인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책장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책장 앞에서 고인의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을 보이며 "아버지가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고, 결국 시장 시스템을 통해야 정의가 실현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아버지의 생각을 계속 새기고 일하기 위해 집무실에 가져다 두었다"고 소개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방한 때 선물했던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도 소개했다. 문구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을 새긴 것으로, 집무실 책상에 놓여 있었다.
이 같은 방식에 대해서도 홍 원내대표는 "(대담에는) 국민이 듣고자 했던 진솔한 사과와 반성, 위로와 공감 어느 것 하나 담겨있지 않고, 대통령이 받은 선물과 수백억을 낭비해 꾸민 집무실 자랑만 늘어놓았다"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번 대담을 통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무게와 신뢰를 잘 보여줬고, 인간적으로도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기자회견 등 그동안 대통령실이 검토해온 소통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번 신년 대담은 8.6%의 시청률(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2주년 특집 생방송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의 시청률은 9.5%였다. 또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2022년 4월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가진 녹화 특별 대담은 1회가 4.4%, 2회가 4.3%였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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