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는 태도·진정성으로 정치혐오 해소하고파"
유년시절 강북서 보내…"교육문제 해결 정책 구상중"
[더팩트ㅣ강북=조채원 기자] "86 운동권은 상대방은 절대악, 우리는 절대선으로 구분하는 편 가르기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총선 인재로 영입된 전상범 변호사는 지난 1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86 청산론'에 대해 "민주화를 이끌어낸 공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한 쪽을 '절대악'으로 보고 투쟁했던 정신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여든 야든 어떻게 한쪽만 항상 옳을 수 있겠느냐"면서다. 그는 힘줘 말했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반영하는 정치인의 역할이다. 편 가르기 정치 행태가 만연해서는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이걸 청산해야 한다. 86 운동권 출신이라도 실용 정치를 하는 분들이라면 달리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 변호사는 초·중학교를 다녔고 사법연수원(34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적을 뒀던 서울 강북갑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서울대 법대 석사로 2008년 춘천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지난달까지 약 15년간 판사 생활을 했다. '얼마 전까지 엘리트 법관이었던 분이 서민의 삶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사건들을 많이 맡았다. 판사였기 때문에 더 눈에 잘 보였던 법의 공백들을 메우는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 변호사는 정계 진출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민생에 직접 영향을 주는데 상식에 맞지 않는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게 돼 있는 법들을 바꾸고 싶어서"라고 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전세사기범죄를 예로 들었다. 그는 "1000명이 넘는, 피해액이 천억 원대 전세사기라도 법정 최고형은 최대 15년인 이유는 형사소송법이 1950년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여의도에 입성하면 중대한 정도나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상식과 괴리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는 법들은 반드시 고쳐 바로잡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정치 신인'이다. 경쟁력을 어필한다면.
'당 영입인재인데 왜 험지 가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건 사실이다. 제가 자란 강북지역에 애착이 있어 이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이곳 특성과 강북구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더 잘 짚어낼 수 있고, 유권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강북은 서울이지만 지역발전이 절실한 곳이다. 여당 소속이 선택을 받는다면 지역 발전을 위한 서울시장과의 협업이나 정부 예산 확보에 용이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개인적으론 조정전담 판사를 경험했고 재판 과정에서도 양측과 대화와 토론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모티브가 됐던 김명호 전 교수 재판을 한번 맡은 적 있다. '사법불신의 화신' 김 전 교수도 어느 인터뷰에서 저에 대해 '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판사'라고 평가하더라.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쪽 입장을 충분히 듣고자 하는 태도로 강북구민들께 다가간다면 정치를 혐오하시는 분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제게 '기존과 다른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기대감을 가지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역구민들 목소리는 어땠나.
지난달 22일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아직 많은 분들을 찾아뵙지 못해 '어느 당을 얼만큼 지지하더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도 제게 가장 와닿은 건 이곳 주민들은 주거, 교육 환경, 향후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거였다. 제 주변만 자녀 교육·양육 문제에서 자유롭고 오랜 기간 적응해 산 이곳에서 딱히 이사 갈 이유가 없는 부모님 세대는 그대로 계신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교육 환경이나 맞벌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시설에 관심이 많은 3040대 제 친구들은 이 지역을 대부분 떠났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맞벌이 부모들은 단지 돌봄시설만 필요한 게 아니다. '나 퇴근할 때까지 학원도 못 가는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크다. 교육문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일환으로 새로운 개념의 복합교육센터를 만들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전 이곳에 살면서 괜찮은 대학도 가고, 원하는 직업도 가져봤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도 원하면 좋은 학교도 가고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싶다.
-독립운동가 전종관 선생의 손자로도 알려졌다. 집안에서 특별히 받은 교육이 있다면.
조부는 고등학교 시절인 1935년 일제에 맞선, 반제 동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셨다. 한국전쟁 이후 할아버지는 실종되셨고 아버지는 가족들을 부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에 대해 좋게 말씀하시는 걸 들어왔고,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별히 어떤 교육을 받았던 건 아니지만 '다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대한 생각은. 법률가의 관점에서도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은데.
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독립도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론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해 다르게 판결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순 없다. 다만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내놓기 전 피해자·유족들과 충분히 소통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어쨌든 채권자 의사에 반할 경우 법적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사 갈등 해결은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었으니 일본에 호응을 촉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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