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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불교계에 십자가'...김건희 여사의 큰 그림?

  • 정치 | 2024-02-03 00:00

與, 컷오프 기준 발표..."이재명 대표라면 불합격"
'쓴소리'에 십자포화, 민주당 청년정치인의 탈당


대통령실이 올해 불교계 대상 설 명절 선물 포장지에 교회, 성당 그림을 담아 보내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곧바로 사과했다. 논란이 된 그림 내 교회, 성당들은 소록도에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올해 불교계 대상 설 명절 선물 포장지에 교회, 성당 그림을 담아 보내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곧바로 사과했다. 논란이 된 그림 내 교회, 성당들은 소록도에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대통령실이 불교계에 전한 선물로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선물상자 포장지에 교회와 성당 묵주 그림이 담겨서다. 대통령실은 불교계에 고개를 숙였지만 당혹스러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림은 종교를 통해 차별과 편견의 아픔을 극복한 국립소록도병원 한센인들의 작품으로 소록도 내 교회 등을 그린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소록도를 알리기 위한 김건희 여사의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추측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총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 세부 기준으로 '신(新)4대악, 4대 비리'를 발표하며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면 절대로 공천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대야 공세 전선을 확대했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이 '비명(비이재명)계'로 낙인찍힌 뒤 당을 떠났다.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장은 김남국 의원의 가상 자산 보유 논란을 비판하고, 이재명 대표의 정치 개혁을 촉구한 뒤 강성 지지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양 위원장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미래대연합으로 합류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무대가 국회 본청에서 중앙당사로 옮겨졌다. 비좁은 공간 탓에 건물 안팎으로 100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모여 북새통을 이룬다. 체력단련은 덤이다. 기자들이 모여 있는 국회 소통관에서 당사까지 도보로 왕복 30분이 넘게 소요된다. 회의장이 위치한 당사 5층까지는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이마저도 두 대에 불과하고 관리자가 카드키를 찍어줘야 이동할 수 있다. 백브리핑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 위원장의 고심이 작용한 것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이 된 포장지 그림은 소록도 한센인들의 미술 작품이다. 김건희 여사의 국립소록도병원 방문 행보를 띄우려다 불교계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여사가 지난 11월 7일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들을 위한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논란이 된 포장지 그림은 소록도 한센인들의 미술 작품이다. 김건희 여사의 국립소록도병원 방문 행보를 띄우려다 불교계를 배려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여사가 지난 11월 7일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들을 위한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불교계에 '십자가 그림' 설 선물...주목받는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이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예년처럼 윤석열 대통령 부부 이름으로 각계 인사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어. 그런데 불교계에 전한 선물이 논란이 됐네.

-이번 설 선물은 차례용 전통주, 유자청, 잣, 소고기 육포로 구성됐어. 다만 술과 고기를 하지 않는 불교계 인사들에겐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 대신 아카시아꿀과 표고채로 바꿔 별도로 전달했어. 특별히 배려한 거지. 그런데 정작 선물상자 포장지에 교회와 성당 묵주 그림이 담겼어. 또 선물과 함께 '우리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메시지 카드도 동봉된 거야.

-배경 설명 없이 봤을 땐 불교계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았겠네.

-'종교 편향'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하거나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사과했어. 이관섭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찾아 고개를 숙였어.

-대통령실은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대통령실은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선물 포장으로 한센인들이 그린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어. 실제로 논란이 된 교회와 성당, 십자가상 그림들은 각각 소록도 내에 있는 신성교회, 2번지 성당, 벽돌가마 터 십자가상을 그린 거야.

-소록도는 일제강점기 때 한센인 격리 장소로 정해져서 많은 한센인이 이곳에 모여 살았어. 그러면서 강제 노동, 강제낙태·단종수술 같은 인권침해도 당했지. 독립 이후에도 차별은 이어졌는데 한센인들은 종교 생활이나 그림 그리기 등을 통해서 아픔을 극복해 왔다고 해. 그러니까 이번 설 명절 선물상자의 '십자가' 그림은 특정 종교를 의미하기보다 '종교를 통해 차별과 편견의 아픔을 견뎌온 한센인들의 삶과 의지'를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거 같아.

김 여사가 지난해 11월 7일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들을 위한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가 지난해 11월 7일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해 한센인들을 위한 연필화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그래도 스님들한테 십자가라니, 배려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한센인 그림' 포장지는 누구 아이디어인 걸까.

-대통령실에선 정확히 확인해 주지 않았는데, 총무실에서 총괄해 아이디어를 내고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어.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의 바람이 반영된 거란 추측이 나와. 김 여사는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국립소록도병원 방문했는데 당시 한센인들이 그림 그리기와 전시 그리고 기도로 아픔과 외로움을 극복해 왔다고 이야기하자, 김 여사가 "작품을 통해 소록도와 한센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바란다"고 위로한 적이 있어. 또 이번 선물 구성품 중 하나인 '고흥 유자청'은 김 여사가 병원 방문 때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달한 물품이기도 해.

-대통령실은 곧바로 불교계를 달랬지만 이번 일로 당황한 모습이야. 사실 그동안 현 정부 인사를 기독교인들 위주로 기용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불교계에선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해. 그래서 대통령실은 최근 이관섭 비서실장을 대통령실 불자회장으로 임명하고, 윤 대통령이 불교계 신년 행사에도 참석하면서 불교계와 관계 회복 중이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거야.

-<더팩트>가 한센인 가족 피해 보상 재판 현황과 한일 변호단을 취재하려고 지난해 소록도를 직접 다녀왔잖아.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이들에게 소록도와 한센인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어. 이런 효과를 노린 김 여사의 큰 그림은 아니겠지?(웃음)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컷오프 세부기준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컷오프 세부기준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컷오프 세부 기준 만든 국민의힘, '이재명-민주당' 저격?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여야 모두 공천 배제(컷오프) 기준을 발표했는데, 이걸 두고 설왕설래했다며?

-지난달 31일 국민의힘이 컷오프 기준을 추가·강화했거든.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뇌물범죄 △선거범죄 △도주차량·음주 운전 등을 '국민적 지탄을 받는 범죄'로 규정하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공천 신청 당시 하급심에서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심사에서 원천 배제하는 내용이 있어. 신(新)4대악 중에는 '성폭력 2차 가해'가 포함돼 있지. 4대 비리에는 '배우자·자녀 입시 비리'가 있고.

-정치권에선 민주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와. 앞서 민주당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에게 후보자 검증 적격 판정을 내렸잖아. 뇌물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에게도 마찬가지였지.

-민주당 소속은 아니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 등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야.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및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어. 성폭력 2차 가해의 경우엔 과거 민주당의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사건이 떠오르네.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도덕성 면에서 민주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 같은 분이 공천 신청을 했다면 절대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더라고. 실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를 정조준했어. 한 위원장은 지난 1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공금 법인카드 횡령, 만취 음주 운전, 위증교사, 대장동 토착 비리, 백현동 토착 비리, 성남FC 뇌물" 등 이 대표의 혐의를 거론하면서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 같은 분이 공천 신청했다면 절대로 공천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

-다만 이 대표의 음주 운전 전과는 국민의힘 컷오프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이 대표가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해는 2004년이거든. 국민의힘 컷오프 기준은 '선거일 기준 20년 이내 3회 이상, 10년 이내 2회 이상, 윤창호법 시행(2018년 12월 18일) 이후는 원천 배제'야. 대장동 사건 등 뇌물혐의 재판도 아직 1심 선고가 나지 않은 상황이야. 국민의힘 컷오프 기준에는 '공천 신청 당시 하급심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돼 있거든.

-국민의힘에서도 공천이 가능하다는 뜻이네. 그런데 공천 기준이 대폭 강화됐는데, 국민의힘에는 해당하는 사람이 전혀 없나?

-일단 현역의원 중에는 없어. 김선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이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거든. 출마 준비 중인 사람으로는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자녀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지. 지난 2022년 12월 신년 특사로 사면·복권됐지만 공천 배제 대상인 건 마찬가지야. 어찌 됐든 도덕성 경쟁에서는 국민의힘이 우위를 점한 모양새야.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민주당을 탈당해 미래대연합에 합류한다. 양 위원장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지도부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양 위원장 제공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민주당을 탈당해 미래대연합에 합류한다. 양 위원장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지도부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양 위원장 제공

◆민주당 대학생위원장, 당 최고위원 '만류'에도 미래대연합 합류

-민주당 인사들의 탈당 후 미래대연합(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주도)·새로운미래(이낙연 전 대표 주도) 행이 이어지고 있네. 2일에는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이 탈당했다고?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탈당하고 미래대연합에 합류하기로 했어. 2일 기자회견을 연 양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국민께 약속한 정치개혁 발언을 믿었으나 그 약속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지난해 5월 김남국 의원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고 확대간부 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정치개혁에 앞장서 달라 요구한 순간부터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어. 양 위원장은 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어.

-양 위원장은 2022년 11월 대학생위원장으로 선출됐어. 그런데 지난해 김 의원의 거액 가상 자산 보유 논란과 관련해 비판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당에 쓴소리를 했다가 '비명계' 인사로 분류되며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지.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는 양 위원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어.

양 위원장은 김 의원(오른쪽)의 거액 가상 자산 보유 논란을 비판하고 당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새롬 기자
양 위원장은 김 의원(오른쪽)의 거액 가상 자산 보유 논란을 비판하고 당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이새롬 기자

-양 위원장이 미래대연합에 합류하기 전, 민주당 지도부 측의 회유도 있었다고 해. 미래대연합 측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장경태 최고위원과 민주당 인사들이 탈당 의사를 알고는 회유하기 위해 양 위원장을 불러 면담을 가졌다고 하거든. 미래대연합 측 관계자는 "양 위원장의 탈당을 두고 꽤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는데 당 지도부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에 양 위원장을 계속 두려면 붙잡기 위한 방도가 있어야 할 텐데, 당 지도부에서 양 위원장이 강성 지지층들한테 공격당할 때는 내버려두더니 이제 와서 회유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라고 말했지.

-양 위원장은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가 합당한 '개혁미래당'이 오는 4일 공식 출범하면 청년 최고위원 당직을 맡게 될 거라고 하네. 새로운미래는 최근 논평 등으로 민주당을 여당보다도 더 '매운맛'으로 비판하더라고. 양 위원장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탈당한 만큼 앞으로 민주당 저격수 역할을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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